[영화제목 '아하! 그렇군요']'색즉시공'의 영어제목은?

  • 입력 2003년 4월 17일 17시 46분


영화 ‘색즉시공’의 한장면.동아일보 자료사진
영화 ‘색즉시공’의 한장면.
동아일보 자료사진
18일 개봉하는 영화 ‘질투는 나의 힘’의 영어 제목은 ‘Jealousy Is My Middle Name’이다. 직역하면 ‘질투는 나의 중간이름’. 그런데 ‘Middle Name’에는 두드러진 특징, 장기(長技)라는 뜻이 있다. 즉 ‘질투는 내 주특기’라는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한국 영화가 국제적인 관심을 끌면서 요즘 한국 영화들은 영화제 진출이나 해외 수출의 윤곽이 드러날 즈음에 영어 제목을 짓는다. 대개는 직역을 하지만 한국어의 미묘한 의미를 영어로 전달할 수 없는 경우 의역이 불가피하다. 이에 대한 자문은 동시통역사나 외신 기자들에게 구한다.

영화 ‘색즉시공’의 영어제목은 ‘Sex Is Zero’. 색즉시공(色卽是空)은 ‘반야심경’에 나오는 말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형체(色)는 공(空)이라는 뜻. ‘이 의미를 영어로 담기 어렵자 제작진은 ‘Sex=Zero’라는 등식을 영어로 풀었다.

영화 ‘복수는 나의 것’은 ‘Vengeance Is Mine’로 직역하려 했으나 이미 해외에서 동명의 영화가 10여편 되는 바람에 알고 ‘Sympathy for Mr. Vengeance’(복수씨에 대한 동정)로 바꿨다.

원제와는 전혀 다른 영어 제목이 나오기도 한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오!수정’의 영제는 ‘The Virgin Stripped Bare by Her Bachelors’(총각들에 의해 벌거숭이가 된 처녀). 이는 프랑스 화가 마르셀 뒤샹의 작품 ‘The Bride Stripped Bare by Her Bachelors’의 차용한 것이다. 홍 감독은 “그 작품에서 발견한 느낌을 따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예 한국어를 발음 그대로 쓰는 경우도 있다. 문승욱 감독의 영화 ‘나비’는 ‘Nabi’,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은 ‘Chihwasun’이라는 영어 제목으로 해외 영화제에 출품됐고 5월 1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오세암’과 ‘별’의 영제는 각각 ‘Oseam’, ‘Byul’이다.

이 밖에 ‘Hi, Dalma(달마야 놀자)’, ‘Marrying The Mafia(가문의 영광)’, ‘Guns and Talks(킬러들의 수다)’, ‘Bed Room And Court Room(생과부 위자료 청구 소송)’, ‘Barking Dogs Never Bite(플란다스의 개)’, ‘Turning Gate(생활의 발견)’, ‘Conduct Zero(품행제로)’ 등도 번역의 재치가 돋보인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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