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덕=예전부터 코미디 프로는 꾸준히 인기를 끌었지만, 요즘은 그 인기가 가히 폭발적인데 왜 그럴까?
이경규=불경기 때는 미니 스커트와 코미디 영화가 인기가 있다던데…. 전쟁이다 불경기다 해서 생활이 너무 팍팍하니까 TV에서 웃음을 찾는 거 아닐까?
김=특히 영화계에선 ‘동갑내기 과외하기’ ‘오! 해피데이’ 등 코미디 영화가 독주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옛날 이경규씨가 만든 ‘복수혈전’도 코미디로 했으면 성공했을텐데….
이=‘복수혈전’ 이야기 또 나오네. 형 그 얘기는 이제 그만해. 인간의 웃음은 ‘신의 선물’로 만병통치약이라고 하지만 나쁜 웃음인 ‘조롱’은 상대를 죽일 수도 있어.
김=아냐. 나도 영화를 만들어 봤기 때문에 걱정되어서 그런거야. 그런데 요즘 ‘개그 콘서트’의 ‘봉숭아 학당’에 나오는 세바스찬을 보고 시청자들이 가장 많이 웃는데 이유가 뭘까.
이=특권층에 대한 서민들의 스트레스 해소 아닐까. 지체높은 양반들의 우스꽝스러운 면을 안다해도 실제로는 어쩌지 못하니까 TV에서 웃음거리로 만들어보자는 것이지. 이주일 선배도 제5공화국 시절 전두환 대통령과 외모가 비슷하다고 해서 TV에 못나왔잖아.
김=일본에도 ‘폭소방’이라는 게 있어. 그 방에는 회사의 상사 사진을 걸어놓고 웃음거리로 만들어 실컷 웃고 간다고 해. 모두 같은 맥락인 것 같아. 시청자들 웃기기 정말 힘들지?
이=한국인들은 웃음을 좋아하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야박해요. 너무 잘 웃으면 ‘헤프다’ ‘실없다’ ‘품위없다’고 하는데 그런 편견부터 바꿔야 해요. 외국인들이 한국 공항에 도착하면 모두 딱딱하게 굳어있는 얼굴을 보고 놀란다고 합니다. 무슨 사고가 나서 긴장하고 있나 할 정도로요.
김=외국에는 대통령의 유머 코치가 있다고 해요. 한국에도 대통령 건강을 돌보는 주치의가 있고, 의상을 코디하는 코디네이터도 있는데 이제는 대통령 유머 코치도 필요한 것 같아요. 한 나라의 얼굴인데 항상 웃는 얼굴에 유머가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이=괜찮은 아이디어네.
김=외국에는 웃음컨설턴트나 웃음배달사 같은 직업도 있고 직장에는 ‘울상 순찰대’가 있어 직원들 인상이 구겨져 있으면 찾아 가서 상담을 해준대. 병원에는 웃음치료사가 있고.
이=우리도 이런 걸 빨리 도입해야 되는데….
김=사람들이 즐거워 웃든, 고달픔을 잠시 잊으려 웃든 하여튼 많이 웃는 건 좋을 거야.
이=웃는 건 좋은데 혼자서는 절대 웃지 마요. 내가 영화 망하고 혼자 있으니까 실없는 웃음이 나오더라니까.
방송작가·영화감독 CEO@joyfr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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