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삼룡-구봉서 "우리에겐 무대가 보약"

  • 입력 2003년 4월 22일 1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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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퇴촌 주변에 좋은 음식점을 보면 ‘구봉서가 있으면 좋아할텐데’하는 생각이 들어. 우리는 그런 사이야.” (배삼룡씨)

“야 이 자식아. 니가 무신 그런 생각을 해. 배 속에 뒤틀린다 야.” (구봉서씨)

22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 커피숍에서 만난 ‘78살 동갑내기’ 원로 코미디언 구봉서 배삼룡씨는 만나자 마자 서로 ‘자식아, 이놈아’하면서 격이 없는 우정을 과시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한국 코미디계의 오랜 명콤비 ‘비실이’ 배삼룡(왼쪽)과 ‘막동이’ 구봉서. 구씨는 ‘개다리 춤’으로 유명한 배씨에게 “이 사람은 보신탕집 앞에서 개다리나 하나 들고 사진 찍어야 어울리는데“라며 짖궂은 농담을 던졌다. 권주훈기자

두 원로는 다음달 4,5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웃으면 복이 와요’ 공연을 준비 중이다. 이 공연은 후배 코미디언들이 두 사람을 위해 펼치는 ‘헌정 공연’. 지난해 11월 배씨가 급성폐렴으로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고, 구씨도 다리가 불편해지는 등 건강이 안좋아지자 후배 코미디언들이 “더 늦기 전에 두 분을 위한 공연을 마련하자”고 해서 헌정된 공연이다.

무릎 관절이 안좋다는 구씨는 지팡이를 짚었고, 배씨는 추위를 타는 듯 흰색 스카프로 목을 정성껏 감쌌으나 둘 다 건강한 모습이었다. 구씨는 “최근에 허리 디스크에 레이저 수술을 받은 뒤 훨씬 좋아져서 걸어다닐만 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현재 한달 평균 10∼15일 정도 지방 순회공연을 펼치는 왕성한 ‘현역 코미디언’이다. 공연 장소는 전국 노인 회관 등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무대.

“자의든 타의든 ‘스케줄’이 있는 것은 우리에겐 ‘보약’이나 마찬가지야. 무대에 일단 올라서면 나이 먹어서 시들었다는 소리 안들을 자신이 있지. 관객들에게 우리가 여전히 ‘후레시’한 코미디를 보여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어.” (배삼룡씨)

‘비실이’ 배삼룡과 ‘막동이’ 구봉서씨는 1946년 서울 변두리의 한 극장에서 처음만나 군예대에서 함께 활동했고, 68년 MBC ‘웃으면 복이와요’ 이후 70년대 한국 코미디의 전성기를 이끈 명콤비였다.

이번 ‘헌정 공연’에는 구봉서 배삼룡씨를 비롯해 송해, 남철 남성남 콤비, 김영하, 배일집 등 선후배 코미디언이 선보이는 코미디쇼와 설운도, 박상규, 금방울자매 등 트로트가수의 라이브 무대로 꾸며진다.

김학래의 사회로 진행되는 3부에서는 남보원과 한무의 원맨쇼로 시작해 후배들이 구봉서, 배삼룡의 전성기 시절 연기를 패러디하는 무대도 마련된다.

구씨는 ‘개그’가 대세를 이루는 요즘 코미디계에 대해 한마디 했다.

구씨는 “만일 그 사람들이 우리 나이되면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가 죽으면 이제 코미디의 계보는 사라지는 것이 아닐지 몰라. 김학래나 심형래 같은 후배들은 벌써 왕따당해서 사업하고 있잖아. 예전에 코미디는 관객이 남녀노소 가리지 않았는데, 요즘엔 중고생을 대상을 한 개그만 판친다”고 말했다.

이번 ‘헌정 공연’의 또다른 주제는 효(孝). 배씨는 “공연장에 보면 늙은 부모만 티켓 사주고 젊은 부부들은 밖에서 기다리는 경우가 많은데 안타깝다”며 “온 가족이 함께 웃을 수 있는 자리를 위해 300쌍에 한해 부모의 표를 구입한 자식들도 무료로 볼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02-541-6447∼8. www.powerlive.co.kr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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