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을 떠나 영화 팬들에게 4월말, 5월 초는 반가운 시기다. 5∼8월 성수기에 맞춰 대작 영화들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는 데다 성수기 시즌의 ‘고래 싸움’을 피하려는 작고 개성이 강한 영화들이 극장으로 몰려들기 때문. 그만큼 다양한 장르와 개성을 가진 영화들이 관객을 찾아오는 것이다.
▽드라마
한국 멜로 영화 중에서는 기존 이미지와 다른 역할을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 변신이 눈길을 끈다. 거친 남성의 이미지가 강한 유오성이 장형익 감독의 멜로영화 ‘별’에서는 늘 엇갈리는 사랑의 상처를 안고 사는 외로운 남자역을 맡았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3류 인생을 살아가는 남녀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나비’에서 김정은은 발랄하고 상큼한 기존 이미지와는 달리 비극적 사랑에 애간장을 태우는 ‘눈물의 여왕’을 연기한다.
시골을 배경으로 신부(차인표)와 스님(박영규), 고아들과 동네의 아이들이 축구로 하나가 되는 과정을 그린 ‘보리울의 여름’,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하고 사는 소희(김희선)와 첫사랑인 소희만을 가슴에 품고사는 우체부(신하균)의 순정한 사랑을 그린 ‘화성으로 간 사나이’도 4월 말, 5월 초에 찾아오는 잔잔한 영화들.
외화 중에서는 멜로 영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듯한 토드 헤인즈 감독의 ‘파 프롬 헤븐’(Far from Heaven)을 주목할 만하다. 동성애와 인종차별이라는, 두 가지의 무거운 소재로 이상적인 부부에게 닥쳐온 위기와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마음의 행로를 애절하게 보여준다. 주연 배우 줄리언 무어는 이 영화로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배우 덴젤 워싱턴의 감독 데뷔작인 ‘앤트원 피셔’(Antwone Fisher)는 상관을 폭행해 일계급 강등된 앤트원 피셔 하사와 그를 상담치료하는 정신의학과 장교 제롬의 관계를 중심으로 상처받은 영혼들이 서로를 어떻게 치유하는지를 진지하게 그렸다.
▽스릴러/액션
실제 사건인 경기 화성연쇄살인사건을 극화한 ‘살인의 추억’은 대중적 재미와 작품의 완결성이 높은 스릴러 영화다.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자아내는 유머도 만만찮고 과거에서 쏜 화살이 가슴에 턱 박히는 듯 얼얼한 기분을 자아낸다. 송강호와 김상경의 콤비 연기도 좋다.
유전자 발달 과정에서 생겨난 돌연변이들의 고난과 분투를 소재로 한 ‘엑스맨 2’(X-Men 2)는 올 여름에 밀려올 할리우드 대작의 포문을 여는 SF액션. 브라이언 싱어가 1편에 이어 계속 연출을 맡았다.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공포가 어떻게 파멸적 상황을 불러오는지를 주제로 삼고 있으나 주제 의식보다 더 강화된 액션과 웅장해진 스케일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와일드 카드’는 형사가 주인공인 액션 드라마. 강남경찰서 강력3반 형사들이 주인공으로 실제 사건이 발생했을 때 겪게 되는 상황에 초점을 맞췄다. ‘약속’의 김유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정진영 양동근이 주연을 맡았다.
뤽 베송이 제작을 맡은 프랑스 액션영화 시리즈인 ‘택시 3’(Taxi 3)는 익스트림 스포츠 갱단과의 대결을 그렸다. 줄거리는 엉성하지만 인라인 스케이트와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질주하는 추격전에 모든 것을 건 액션 영화다.
▽코미디
‘어댑테이션’(Adaptation)은 ‘존 말코비치 되기’에서 기발한 상상력을 보여줬던 스파이크 존스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찰리 카우프만이 다시 손잡고 만든 코미디 영화. 시나리오 작가인 주인공이 베스트셀러 ‘난초도둑’의 각색을 의뢰받고 시나리오를 쓰며 고군분투하다가 원작자와 만나면서 욕망과 환락, 열정의 세계로 빠져드는 내용을 그렸다. 니컬러스 케이지가 소심한 작가 찰리와 그의 쌍둥이 동생 도널드 등 1인 2역을 연기한다. 난초 밀렵꾼 역할을 맡은 크리스 쿠퍼는 이 영화로 올해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탔다.
‘부기 나이트’와 ‘매그놀리아’로 천재 감독이라는 평을 들은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은 로맨틱 코미디 ‘펀치 드렁크 러브’(Punch-Drunk Love)를 통해 전작의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에서 멀리 벗어나 기이하고 경쾌한 발걸음을 보여준다. 애덤 샌들러와 에밀리 잡슨이 주연을 맡았다. 매튜 매커너히, 케이트 허드슨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인 ‘10일 안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How to Lose a Guy in 10 Days), 여고생이 주술에 걸려 키작은 30대 대머리 남자로 둔갑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코미디 ‘핫칙’(Hot Chick)은 가볍게 볼 수 있는 킬링타임용 코미디 영화들.
▽애니메이션
일본 애니메이션의 전설로 불리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대표작 ‘모노노케 히메’가 뒤늦게 극장을 찾아온다. 국내에 ‘원령공주’라는 제목으로 알려졌던 이 영화는 일본의 중세 무로마치 막부시대를 배경으로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과 신들의 대결을 그린 장엄하고 비극적인 대작 애니메이션. 히사이시 조의 애절한 음악도 좋다.
고 정채봉 시인의 동화를 원작으로 한 ‘오세암’은 다섯 살 꼬마 길손이가 엄마를 만나러 떠도는 슬픈 이야기를 정겹고 따뜻한 질감으로 만들어낸 애니메이션이다.
4월 말∼5월 초 개봉영화 | |||||||||
예정일 | 영 화 | 장르 | 감독/주연 | ||||||
4월25일 | |||||||||
살인의 추억 | 스릴러 | 봉준호/송강호, 김상경 | |||||||
보리울의 여름 | 드라마 | 이민용/차인표, 박영규 | |||||||
볼링 포 콜럼바인 | 다큐멘터리 | 마이클 무어 | |||||||
택시 3 | 액션 | 제라르 크라브지크/프레드릭 디에팡달 | |||||||
핫칙 | 코미디 | 톰 브래디/롭 슈나이더 | |||||||
올드 스쿨 | 코미디 | 토드 필립스/루크 윌슨, 빈스 본 | |||||||
모노노케 히메 | 애니메이션 | 미야자키 하야오 | |||||||
5월1일 | 엑스맨 2 | SF액션 | 브라이언 싱어/휴 잭맨 | ||||||
별 | 멜로 | 장형익/유오성, 박진희 | |||||||
나비 | 드라마 | 김현성/김민종, 김정은 | |||||||
블랑쉬 | 액션 | 베르니 봉브와젱/루 드와이 옹 | |||||||
오세암 | 애니메이션 | 성백엽 | |||||||
메이 | 호러 | 러키 매키/안젤라 베티스 | |||||||
5월8일 | 어댑테이션 | 코미디 | 스파이크 존스/ 니컬러스 케이지 | ||||||
드림캐쳐 | SF호러 | 로렌스 캐스단/모건 프리먼 | |||||||
오시리스 최후의 비행 | 애니메이션 | 앤디 존스 | |||||||
10일만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 | 코미디 | 도널드 페트리/매튜 매커너히 | |||||||
파 프롬 헤븐 | 드라마 | 토드 헤인즈/줄리언 무어, 데니스 퀘이드 | |||||||
펀치 드렁크 러브 | 코미디 | 폴 토머스 앤더슨/애덤 샌들러 | |||||||
5월16일 | 화성으로 간 사나이 | 드라마 | 김정권/김희선, 신하균 | ||||||
내쇼날 시큐리티 | 코믹 액션 | 데니스 듀건/마틴 로렌스 | |||||||
앤트원 피셔 | 드라마 | 덴젤 워싱턴/덴젤 워싱턴 | |||||||
와일드 카드 | 액션 | 김유진/양동근, 정진영 | |||||||
에블린 | 드라마 | 브루스 베레스포드/피어스 브로스넌 |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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