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에는 밑줄 긋기가 나오나 촬영 과정에서 그 설정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여주인공 현채(배두나)는 도서관에서 빌린 책의 사랑 고백 대목마다 밑줄이 그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는 누군가가 자신에게 간접적으로 구애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밑줄 긋는 남자’라는 제목은 이 설정 때문에 붙여진 것. 그러나 제작진은 영상미를 고려해 책을 화집으로 바꾸고 ‘밑줄을 긋는’ 설정을 삭제하자 제목이 무의미해졌다.
또 ‘밑줄 긋는 남자’는 프랑스 소설가 카롤린 봉그랑의 소설과 같은 이름의 제목이어서 제작진은 저작권 시비도 걱정됐다고 말했다.
그러면 왜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일까.
현채가 빌린 화집에는 ‘봄의 향연’이라는 그림이 담겨 있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곰들의 파티가 묘사돼 있고 그 아래 누군가 “네가 너무 좋아. 봄날의 곰만큼”이라는 메모가 적혀 있다. “봄날의 곰을 좋아하냐”는 질문은 여주인공이 자신에게 프로포즈하는 ‘누군가’를 찾아내는데 일종의 ‘암호’다.
영화계에서는 짧고 분명한 명사형 제목을 선호한다. 부르기 편하고 강렬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는 문장형의 제목인데다 ‘봄날의 곰’의 의미가 선뜻 와닿지 않는다. ‘로맨스의 여왕’이라는 제목도 유력했으나 제작사는 영화의 홍보 컨셉트인 ‘깜찍한 추리 멜로’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해 선택하지 않았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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