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김지영이 가정폭력을 다룬 MBC 가정의 달 특집극 ‘제비꽃’(극본 고선희·연출 이창섭)의 비극적 주인공으로 나와 내면 연기를 펼친다. 다음달 2일 밤9시55분에 60분짜리 2부작으로 방송될 ‘제비꽃’은 가정폭력의 심각성과 더불어 피해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담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지난해 12월 종영된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복길이’와 ‘영남이’로 수년간 알콩달콩 사랑의 싹을 틔웠던 김지영과 남성진이 이 드라마에서 맞는 아내와 때리는 남편으로 캐스팅된 점.
김지영은 “‘전원일기’에서도 사랑을 키워왔지만 결혼하지 못한 채 종영됐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상대에게 맞고 산다는 설정이 복잡하면서도 서럽다”며 쓴웃음이 깃든 표정을 지었다.
남편 태진은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아버지를 닮아 아내를 상습 구타하지만 겉으로는 완벽한 남편. 은수의 첫사랑인 혜성(이주현)만이 은수의 목에 난 멍을 발견하지만 부부간 일이라 적극 나서 말리지 못한 채 안타까워한다. 결국 친정으로 피신하지만 딸의 행복을 믿는 친정어머니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은수는 뒤쫓아온 남편으로부터 영원한 자유를 얻기 위해 발코니에서 몸을 던진다. 새처럼 활짝 두 팔을 펼치고.
“전 독실한 크리스천입니다. 그래서 자살은 용납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연기에 몰입하다보니 그 순간에는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는 게 더 행복하겠다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김지영은 최근 ‘연기의 맛’을 알아간다고 했다.
“예전엔 예쁘게 나와야한다는 생각이 앞섰어요. 하지만 이젠 ‘감정을 실제로 내가 느끼지 못하면 시청자들이 대번에 알아 볼 텐데’하는 걱정이 들죠.”
‘전원일기’가 끝난 뒤 1월까지 연극 ‘노틀담의 꼽추’에서 여주인공 에스메랄다로 출연하며 드라마틱한 표현력을 익혔다는 김지영. 이번 드라마에서 그는 과거 ‘토마토’에서 보여준 질투심 어린 단선적 눈빛 대신 공포에 질린 끈적하고 좀더 복잡한 눈빛을 보여줄 것 같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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