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 영화의 제작을 맡은 ‘드림맥스’는 광고 선전물이나 포스터에 넣을 영화 제목을 적기 위해 적지 않게 고민했다. 영화 제목을 심의하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규정에 따르면 ‘광고 선전물 연소자 유해성 여부’를 따지는 항목에서 ‘광고 언어에서 제명(제목), 기업명, 상품명을 외국어로 표현할 경우 한글 병기를 원칙으로 한다’고 돼 있기 때문.
이에따라 ‘드림맥스’는 ‘…ing’를 영어로 굵게 쓰고 그 아래 작은 글씨로 ‘내가 꿈꾸던 사랑 이제부터 시작이다’라는 문구와 ‘아이엔지’라고 넣기로 했다. ‘…ing’도 살리고 등급위 규정에도 어긋나지 않게 한 것이다.
지난해 개봉한 ‘H’도 이같은 사례. 제작진은 ‘H’라는 알파벳 하나로 강렬한 인상을 주려 했지만 한국어로 표기하면 세음절(‘에이치’)이 되므로 늘어지는 느낌을 준다. 영화 포스터에는 ‘H’라고 큼지막하게 쓰고 그 아래 아주 작은 글씨로 ‘살인을 부르는 이름-[에이:치]’라고 적었다.
‘…ing’나 ‘H’같은 사례는 멀리서 포스터를 봤을 때 한글 제목을 알아볼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제작진은 그만큼 원제를 한글로 바꿔놓으면 작품의 취지나 메시지가 훼손당한다고 보는 것.
유사한 사례는 또 있다.
2001년 개봉한 한일합작영화 ‘고(Go)’의 포스터에는 빨간색 글씨로 굵게 쓴 ‘GO’ 오른쪽에 작고 얇은 글씨로 ‘고’라고 적혀있고 지난해 개봉한 ‘블루’ 역시 하단에 굵게 쓴 ‘BLUE’ 위에 작은 글씨로 ‘해양 액션-블루’라고 써있다.
이밖에 ‘오버 더 레인보우’, ‘로드무비’, ‘후아유’ 등의 제목은 단어나 문장이므로 한글로 제목을 달아도 의미 전달이 되지만 어색한 느낌이 완전히 가시지 않는다고 제작진은 말한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