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재 유럽연합 유럽위원회 대표부와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가 함께 마련한 이번 영화제에서는 유럽연합의 15개 회원국 가운데 포르투갈과 룩셈부르크를 뺀 나라의 영화 13편이 상영될 예정. 국내에서 연간 상영되는 유럽 영화가 전체 상영작의 5% 미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업 논리에 밀려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유럽 영화들을 볼 수 있는 기회다.
상영작 가운데 덴마크 감독 올레 크리스티앙 메센이 만든 ‘키라의 사연’은 라스폰 트리에 감독이 주창한 ‘도그마 95 선언’을 이어받은 작품. 일체의 인공 조명이나 세트, 음악을 쓰지 않고 자연적 조건에만 의존해 촬영한 영화다. 30대 중반 부부의 안정적인 가정에 서서히 균열이 일어나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2002년 코펜하겐 국제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스페인 영화 ‘루시아와 섹스’(감독 훌리오 메뎀)는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이후 최고의 스페인 영화로 일컬어지는 작품.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러브 스토리인 이 영화는 파격적이고 대담한 성 묘사로 미국 개봉 때 17세 미만은 볼 수 없는 ‘NC-17등급’을 받았다. 2002년 시애틀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감독상을 탔다.
또 유럽의 근대화가 시작되기 직전인 1526년 독일의 이탈리아 침략을 다룬 ‘직업군인’, 70∼90년대를 배경으로 핀란드의 사회와 문화를 성찰한 ‘헬싱키 하늘 위로’도 이번 기회가 아니면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작품들. 이미 국내에 잘 알려진 빔 벤더스 감독의 ‘폭력의 종말’(독일), 켄 로치의 ‘레이닝 스톤’(영국)도 상영된다. 관람료 6000원. 02-720-9782. www.cinematheque.seoul.kr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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