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의리의 향기 아닐까요. 사랑을 위해서 주먹(의리)을 쓸 수 있는, 그리고 목숨도….”
안재모가 ‘위풍당당 그녀’의 후속으로 14일 시작하는 MBC 수목드라마 ‘남자의 향기’(밤 9·55)에서 순애보적인 사랑을 하는 조직폭력배 권혁수로 등장한다. 이 드라마는 1996년 하병무 원작의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각색한 것. 1998년 김승우 명세빈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그는 지금 똑같은 ‘주먹’이면서도 권혁수를 김두한과 어떻게 다르게 표출해야 할지 여간 고민이 아니다. 그에게 지금 “김두한 같다”고 말하는 건 가슴에 비수를 꽂는 일이다. 드라마 초반 교복 입은 고등학생으로 등장하는 안재모의 모습에 제작진은 “귀엽고 부드럽다”는 평가를 내렸다.
“(야멸찬 표정으로) 저는 등 돌리면 끝이에요. 다음 것에 바로 빠져들죠. ‘난 권혁수다’하는 자기암시를 계속 주죠. 녹화현장에서 실컷 주먹을 휘둘렀는데 ‘김두한 같다’는 얘기들 듣고는 (주먹을 불끈 쥐며) 화가 치밀어 올랐어요.”
권혁수의 카리스마는 김두한의 그것과 다르다고 안재모는 말했다. 남성적 카리스마(김두한)가 아닌 ‘싸늘한 카리스마’라는 전대미문의 캐릭터를 만들겠다고 했다. 웃어도 싸늘함이 묻어나는, 가볍게 툭툭 말을 던져도 듣고 보면 무겁고 무섭고 차가운.
그러나 ‘남자의 향기’를 탐낸 것에 대해 안재모는 “액션보다 멜로의 비중이 높고 지고지순한 사랑을 담은 멜로 드라마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권혁수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데려온 은혜(한은정)와 남매 아닌 남매지간이 된다. 혁수는 은혜를 목숨을 걸고 지키고 사랑한다. 결과는 비극적이다.
그에게 몇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 대답에서 안재모는 정말 ‘김두한’을 벗어나고 있는 것 같다.
―영화에 등장하는 권혁수(김승우)의 연기를 어떻게 평가하나.
“선배의 연기를 감히 평가할 수 없다.”
―원작소설속의 권혁수와는 어떻게 차별화할 생각인가.
“뭔가 꼭 다른 것을 보여줘야 하나? 그런 강박관념에 ‘오버’하고 싶지는 않다. 드라마에서 중요한 것은 ‘안재모’가 아니라 ‘권혁수’다.”
―무슨 말인가.
“드라마를 분석적으로 바라보는 시청자의 눈은 전문가 뺨칠 정도로 높아졌다. 그러나 시청자가 원하는 주인공의 캐릭터는 예나 지금이나 놀라울 정도로 같다. 바로 그것이 드라마의 힘이다. 고리타분하지만 없어서는 안 될 감동의 요소다.”
―‘야인시대’부터 폭력을 미화하는 역에 줄곧 등장한다. 연기하면서 신경 쓰이진 않나.
“배우는 일단 연기를 잘 해야 한다. 부숴야 한다면 완전히 때려 부숴야 한다. 눈치 보면 연기자나 스탭이나 시청자나 모두 피곤해진다. 원래 내 이미지는 ‘보스’가 아니라 ‘정직’이었는데, 어쩌다보니 이렇게….”
안재모는 ‘야인시대’ 이후 4개월간 바로 가수 활동을 갖고 체력 관리를 할 틈이 없었다면서도 성대 결절로도 고생하지만 올해 가을 2집 음반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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