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잠만 자고 ‘나가요’ 하던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아름아름 걱정을 모으면서 ‘문화도시 고양을 생각하는 문화예술인 모임(고생모)’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제동을 걸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는 데야 고양시로서도 내심 반길 일이다. 고양시에는 다른 자치단체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살고 있고 이런 인적 인프라를 활용한다면 어느 곳보다 모범적인 지역문화의 틀을 만들어 낼 잠재력이 있다고들 한다. 그럼에도 자치단체는 기왕의 계획대로 짓느라고 여념이 없고, 지역문화예술인들과 주민들은 도무지 어디서부터 일을 바로잡아야 할지 난감하다.
최근 지어진 150여개의 지역문화센터라는 게 모두 부실이다. 심지어 연중 유료공연이 한 건도 없는 곳이 있다고 한다. 지역주민과 문화예술인들의 동의 하에서, 필요해서 건설된 곳은 한 군데도 없다. 인구 몇 만이니까 몇 석짜리가 필요하고, 우리 자치단체의 체면상 몇 천억원을 들여야 한다는 식이다. 지역의 문화생산력 제고를 위해 얼마나 절절한 소통을 해왔는지도 조사해볼 일이다. 건립 과정부터 비(非)자치적이니 그 속에 담으려는 내용도 주민참여를 도외시할 게 뻔하고, 1년에 몇 번 정도의 강당식 운영밖에 할 게 없을 것이다. 주민은 이를 위해 세금을 내야 한다.
지금 일산문화센터가 기초공사 중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당장 고양시는 주민과 지역문화예술인,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공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그래서 대규모 공간을 주민의 필요공간으로 설계변경하고 나아가 지역의 정체성을 전국,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어젠다 개발에 앞장서야 한다. 이미 건설 중이므로, 돈이 얼마가 더 소요되므로, 시 의회를 다시 통과해야 하므로 등등은 구구한 변명에 불과하다. 그게 자치고, 참여의 시대에 걸맞은 발전이다.
한편 자치시대의 주민은 스스로 그들이 문화주권자임을 선언하고 권리를 주장할 책무가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 지역문화예술인들이 ‘나가요’에서 ‘여기 있어요’ 라는 존재 이전의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볼 때이다. 화살을 쏘기만 하지 말고 우리 스스로 화살이 되자.
이런 맥락에서 ‘고생모’는 이제 스스로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음을 알리는 행복한 고생길을 준비 중이다. 우리 고생합시다! (고생모 홈페이지 www.munhwagoyang.org)
여균동 영화감독 '문화도시 고양을 생각하는 문화예술인 모임'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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