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를 쓸까 말까. 할리우드 액션 대작들의 속편이 유난히 많은 올 여름, 마케팅 담당자들은 이들 영화의 국내 개봉 제목에 속편임을 알리는 숫자를 넣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다.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 시리즈의 대성공 이후 할리우드에서는 속편 영화 제목에 숫자를 넣지 않는 대신 부제를 덧붙이는 게 유행처럼 돼버렸기 때문이다.
23일 개봉될 영화 ‘매트릭스 2 리로리드 (The Matrix Reloaded)'의 국내 개봉제목에는 원제에 없는 숫자 ’2‘가 들어간다. 배급사인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남윤숙 마케팅 부장은 “국내에서는 부제 ‘Reloaded’(재장전)가 생경한 단어여서 ’매트릭스 2’까지만 기억해도 문제가 없도록 하기 위해 숫자를 넣었다”고 설명했다.
7월25일 개봉될 ‘툼 레이더 2: 판도라의 상자(Lara Croft Tomb Raider: The Cradle of Life)’도 속편임을 강조하기 위해 원제에 없는 숫자를 넣었다.
1편이 크게 히트했을 경우 속편 제목에 숫자가 있는 편이 흥행에 유리하다는 게 마케팅 담당자들의 공통된 의견.
‘반지의 제왕:두 개의 탑’은 국내 개봉 제목에 속편임을 알리는 숫자 ‘2’를 넣으려 했지만 ‘세 편의 영화로 완결되는 시리즈이므로 각 국가별 개봉 제목에서도 숫자를 붙이면 안된다’는 제작사의 방침에 따라야 했다.
반면 1편의 국내 흥행성적이 신통치 않으면 원제에 딸려온 숫자가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4월30일 개봉된 ‘엑스 맨 2 (X2: X-men United)’의 1편은 2000년 국내 개봉 당시 서울관객이 50여만명에 그쳐 흥행이 부진했던 편. 20세기폭스코리아는 ‘엑스 맨 2’가 1편과 무관하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했으나 미국 본사가 세계 개봉 제목을 ‘엑스 맨 2’로 확정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속편 영화의 부제들도 다양하게 바뀐다. 6월27일 개봉될 ‘미녀 삼총사:맥시멈 스피드(Charlie's Angels: Full Throttle)’는 원 부제 ‘Full Throttle(전속질주)’를 한국 관객들이 이해하기 쉬운 ‘맥시멈 스피드’로 바꾼 사례다.
7월25일 개봉될 ‘터미네이터 3 (Terminator 3: Rise of the Machines)’의 국내 제목에는 부제가 없다.
마케팅을 맡은 영화인 안수진 과장은 “터미네이터가 돌아왔다는데 다른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터미네이터 3’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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