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잇단 대형 참사에 방송3사 재난극복 프로 중시

  • 입력 2003년 5월 19일 17시 45분


밀폐된 공간에서 실제 화재를 재현하고 탈출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SBS 재난극복 프로그램 ‘위기탈출 수호천사’. 사진제공 SBS
밀폐된 공간에서 실제 화재를 재현하고 탈출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SBS 재난극복 프로그램 ‘위기탈출 수호천사’. 사진제공 SBS
산속에서 몸을 다친 뒤 길을 잃었다면? 달리는 차에서 브레이크가 고장났을 때 차를 어떻게 멈추어야할까. 당신은 고층 아파트에서 불이 났을 경우 완강기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지?

최근 각 지상파 TV에서 ‘긴급 재난’을 소재로 한 교양과 오락 프로그램이 인기다. 한국 사회에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공익적 목적 외에도 재난극복에 얽힌 휴먼스토리 시청자들의 눈길을 붙잡을 수 있는 훌륭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실제 재난상황에서 기적처럼 목숨을 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연한 드라마 KBS2 ‘기적체험! 구사일생’(일 오전 10·50)은 19일 닐슨미디어리서치에서 집계한 시청률조사 결과 17.8%로 나와 ‘재연드라마’로 최고의 인기를 누려왔던 MBC ‘신비한 TV서프라이즈’를 눌렀다. 이 프로그램의 시청자게시판의 이민아(mina 5410)씨는 “흔히 재연드라마하면 웃고 즐긴 후에 허무한 코미디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은데 ‘구사일생’을 보니 불행을 헤쳐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긴 여운을 남긴다”고 소감을 전했다.

2월 대구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MBC와 SBS도 봄철개편에서 ‘재난극복’ 프로그램을 정규편성하고 나섰다. 4일부터 방송된 MBC의 ‘재난극복 프로젝트-안전지대’(일 오전 8·50)는 기숙사, 극장, 백화점, 대형선박 등에 가상의 사고를 만들어 수백명의 시민들이 실제 대피하는 실험을 한다.

개그맨 송은이는 ‘달려라 소방차!’ 프로젝트를 통해 재래시장과 다세대주택이 밀집한 지역에 과연 소방차가 5분안에 도착할 수 있는지 온 주민이 합심해 도전하는 미션을 진행한다.

SBS의 ‘위기탈출! 수호천사’(수 오후7·00)에서도 다양한 재난상황에서 생존방법을 패널들이 직접 실험을 통해 보여준다. 21일에는 차에서 브레이크가 고장났을 때 정지하는 요령을 그룹 ‘파이브’와 스턴트맨이 아슬아슬한 묘기로 재현했다.

이 재난극복 프로그램들에 대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쏟아지고 있다. “밧줄 한번에 묶는 방법 중 알려주세요.” “독사에 물렸을 때 얼음으로 마사지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럴 경우 혈관을 수축시켜 말초조직을 괴사시킬 수 있는 결과를 나을 수 있다”(이상 SBS '위기탈출 수호천사‘)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사람의 어깨를 흔들고 뺨을 두드리는 장면은 잘못된 응급처치로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KBS '구사일생…’) 등 방송을 보고 많은 의견을 보내고 있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의 송종길 연구원은 “대구지하철 참사이후 각 방송사가 일회적인 특집 프로그램이 아니라 ‘안전불감증’을 치유하는 재난극복 프로그램들을 정규편성을 한 것은 큰 발전”이라며 “그러나 ‘공익성’을 의식한 일시적 유행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보다 치밀한 기획과 다양한 포맷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서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