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 지상파 TV에서 ‘긴급 재난’을 소재로 한 교양과 오락 프로그램이 인기다. 한국 사회에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공익적 목적 외에도 재난극복에 얽힌 휴먼스토리 시청자들의 눈길을 붙잡을 수 있는 훌륭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실제 재난상황에서 기적처럼 목숨을 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연한 드라마 KBS2 ‘기적체험! 구사일생’(일 오전 10·50)은 19일 닐슨미디어리서치에서 집계한 시청률조사 결과 17.8%로 나와 ‘재연드라마’로 최고의 인기를 누려왔던 MBC ‘신비한 TV서프라이즈’를 눌렀다. 이 프로그램의 시청자게시판의 이민아(mina 5410)씨는 “흔히 재연드라마하면 웃고 즐긴 후에 허무한 코미디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은데 ‘구사일생’을 보니 불행을 헤쳐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긴 여운을 남긴다”고 소감을 전했다.
2월 대구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MBC와 SBS도 봄철개편에서 ‘재난극복’ 프로그램을 정규편성하고 나섰다. 4일부터 방송된 MBC의 ‘재난극복 프로젝트-안전지대’(일 오전 8·50)는 기숙사, 극장, 백화점, 대형선박 등에 가상의 사고를 만들어 수백명의 시민들이 실제 대피하는 실험을 한다.
개그맨 송은이는 ‘달려라 소방차!’ 프로젝트를 통해 재래시장과 다세대주택이 밀집한 지역에 과연 소방차가 5분안에 도착할 수 있는지 온 주민이 합심해 도전하는 미션을 진행한다.
SBS의 ‘위기탈출! 수호천사’(수 오후7·00)에서도 다양한 재난상황에서 생존방법을 패널들이 직접 실험을 통해 보여준다. 21일에는 차에서 브레이크가 고장났을 때 정지하는 요령을 그룹 ‘파이브’와 스턴트맨이 아슬아슬한 묘기로 재현했다.
이 재난극복 프로그램들에 대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쏟아지고 있다. “밧줄 한번에 묶는 방법 중 알려주세요.” “독사에 물렸을 때 얼음으로 마사지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럴 경우 혈관을 수축시켜 말초조직을 괴사시킬 수 있는 결과를 나을 수 있다”(이상 SBS '위기탈출 수호천사‘)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사람의 어깨를 흔들고 뺨을 두드리는 장면은 잘못된 응급처치로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KBS '구사일생…’) 등 방송을 보고 많은 의견을 보내고 있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의 송종길 연구원은 “대구지하철 참사이후 각 방송사가 일회적인 특집 프로그램이 아니라 ‘안전불감증’을 치유하는 재난극복 프로그램들을 정규편성을 한 것은 큰 발전”이라며 “그러나 ‘공익성’을 의식한 일시적 유행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보다 치밀한 기획과 다양한 포맷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서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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