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첫 방송을 시작한 KBS1 ‘TV유치원 하나둘셋’(월∼토 아침 7·45)이 19일부터 ‘파파’와 ‘노노’라는 새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등 개편을 했다. 그러나 7년째 ‘붕붕 아저씨’로 출연하며 아이들의 인기를 한 몸에 얻고 있는 탤런트 이근희(43)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6세 이하 어린이도 프로그램을 본다는 점이 고민거리죠. 권선징악 같은 인과관계를 모르고 순간적 이미지만 이해하기 때문에 빠른 동작으로 연기하는 것이 참 힘들어요.”
그는 날마다 캐릭터를 바꾸며 1000가지가 넘는 배역을 소화했다. 세종대왕 방정환 이순신장군과 같은 역사적 인물부터 옥황상제 헤라클레스와 같은 상상 속 인물, 고양이 늑대 호랑이 물고기 나무 같은 동식물, 충치대왕 마왕 무생물까지…. 그는 “인물 연기는 ‘사실주의적’으로, 동식물이나 물건 연기는 ‘표현주의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서울예전 연극영화과를 나와 85년부터 10년 가까이 청소년극단에서 연출과 연기를 맡아온 그는 때로 프로그램 제작진과 다른 견해를 고집한다.
“왜군을 칼로 찔러 죽이는 설정이 나왔는데 ‘생물체를 죽이는 건 아이들이 생각하는 붕붕아저씨의 이미지와 다르다’며 반대했어요. 한 동네의 부자가 가난한 사람의 부인을 빼앗는 내용도 도저히 붕붕아저씨가 저지를 수 없는 일 아니겠어요?”
가끔 제작진에게 잔소리도 한다. “못생긴 사람에게 ‘아름답다’고 하면 어른들에겐 ‘유머’죠. 그러나 아이들은 그대로 받아들여요. 어린이 프로그램은 재미를 주는 것 못지않게 세상을 보는 눈을 정확히 심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이씨가 가장 신경을 쏟는 부분은 발음이다. 노래를 부를 때도 멜로디보단 가사 전달이 우선이다. “어엄마 아아빠 사아랑해요”라는 가사도 그는 “엄마 아빠 사랑해요”로 또박또박 부른다. 하지만 그는 MBC 월화 드라마 ‘내 인생의 콩깍지’에 ‘건달 사위’로도 등장, ‘붕붕 아저씨’와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성인드라마를 찍을 때는 내 캐릭터를 ‘띄우려고’ 욕심내죠. 그러나 아동극은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늘 걱정해야 하죠.”
‘어린이 프로그램에 자주 나가면 이미지 관리에 좋지 않다’며 프로그램을 등지는 배우도 적지 않다. 그는 예산상 문제로 7년째 오르지 않는 출연료를 받고 있지만 “아이들과 인형의 얼굴에 콧수염을 부빌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했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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