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피플]‘파 프롬 헤븐’ 토드 헤인즈 감독 서면 인터뷰

  • 입력 2003년 5월 22일 17시 27분


‘파 프롬 헤븐’에서 동성애와 인종차별을 소재로 진지한 러브스토리를 그린 토드 헤인즈 감독. 사진제공 프리비젼
‘파 프롬 헤븐’에서 동성애와 인종차별을 소재로 진지한 러브스토리를 그린 토드 헤인즈 감독. 사진제공 프리비젼
23일 개봉될 ‘파 프롬 헤븐(Far from Heaven)'을 연출한 토드 헤인즈는 미국 독립 영화의 기수로 손꼽히는 감독. ’파 프롬 헤븐‘은 지난해 미국 독립영화의 간판인 '인디펜던트 스피리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 감독 촬영상을 받았고 뉴욕 비평가협회로부터 ‘2002년 최고의 영화’로 꼽혔다. 이 영화에서 스타일의 실험과 주제에 대한 고민을 매끄럽게 결합해낸 헤인즈 감독을 서면으로 인터뷰 했다.

―‘파 프롬 헤븐’은 1950년대를 배경으로 동성애와 인종 차별을 소재로 삼았다. 소재가 너무 무겁다는 평도 있다. 이 영화를 통해 차별을 비판하는 사회적 발언을 하려던 의도도 있었나.

“내가 그리고자 했던 건 평범한 여성의 이야기다. 캐시(줄리안 무어)의 천국과도 같은 삶이 무너져 가는 과정, 그 안에서 그녀가 겪는 갈등과 그녀가 내릴 수 밖에 없었던 결정을 그리려 했다. 남편의 동성애, 흑인 정원사 레이먼드와의 사랑은 캐시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가미된 이슈였다. 그게 사회적 현실성을 부여한 것이지 내가 궁극적으로 얘기하고자 한 목표는 아니다.”

―이 영화의 화려한 색채나 카메라의 움직임은 멜로의 극대화를 겨냥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도 인물들의 움직임은 격정적이라기보다 부드럽다. 배우들에게 그처럼 대비되는 연기를 요구했나.

“노골적으로 감정이 앞서는 영화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배우들에게 ‘파 프롬 헤븐’이 격정적 멜로 영화임을 잊고 연기해달라고 했다.”

― 주연인 줄리안 무어의 어떤 점을 보고 캐스팅을 했나.

“그는 극단적인 상황에도 격한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그 점 때문에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그를 염두에 뒀다. 내면의 불안과 슬픔을 완벽하게 표현해낼 배우는 그 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그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이젠 낡은 장르로 여겨지는 멜로 드라마의 표현 양식이 결코 낡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것 같다. 멜로 드라마의 양식을 통해 추구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인가?

“더글러스 서크 감독으로 대표되는 50년대 멜로 드라마는 현대의 감성으로 보기에도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보수적인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이 직면한 문제와 갈등, 그를 둘러싼 편견,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도달할 수 밖에 없는 결론들을 그려내기에 50년대 멜로 드라마의 화법이 최적이라고 생각했다.”

― 다음 영화는 보브 딜런에 대한 것이라고 들었다.

“보브 딜런은 ‘그에 대해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마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 하나 뿐일 것이다’는 말처럼 한 단어나 문장으로 규정짓기엔 다양한 의미를 가진 아티스트다. 그는 위대한 뮤지션이자 시대적 갈등과 저항, 자유의 정신을 대변하는 아이콘이다. 그의 면모를 그려내고 싶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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