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팀은 이 제목을 갖고 수차례 회의를 열었다. “어감이 강렬하고 부르기 편하다”는 옹호론과 “‘똥’이라는 단어가 거부감을 준다”는 비판론이 맞섰다. 그러나 곽 감독의 의지가 워낙 분명해 결국 ‘똥개’로 낙찰됐다.
곽 감독도 처음에는 고민했다. ‘똥개’의 소재는 영화 ‘친구’를 찍으며 알게 된 한 지인. 그와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험난한 인생 역정을 듣고 영화로 만들겠다며 “오늘 한 이야기를 간단히 정리해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그가 가져온 원고 첫장에는 큼지막한 글씨로 ‘똥개’라고 써있었다. 자신의 삶이 똥개같은 인생이었다는 뜻이다.
그 때까지만 해도 제목을 ‘똥개’라고 지을 생각은 아니었다. 그러나 곽 감독은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다가 이 제목을 쓰기로 결심했다. 곽 감독은 자신이 찍을 영화의 시나리오가 나오면 맨먼저 아버지에게 보여줄 만큼 아버지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
“똥개란, 자고로 보신탕에 적합한 한국의 잡종견으로, 영리하진 않아도 제 주인은 알아보고, 반드시 어딘가에 새끼를 남긴다. 얼마나 좋은 이름이냐. 절대 다른 것으로 바꾸지 마라.”
제작사는 ‘똥개’라는 제목의 심의에 대해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자문도 구했다. ‘똥’이라는 단어를 따로 쓰면 ‘미풍양속을 해치거나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어’ 심의 규정에 저촉될 수 있으나 ‘똥개’는 보통 명사이므로 괜찮다는 답변을 들었다.
곽 감독은 “TV의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예쁘게 생긴 아나운서가 ‘새 영화 ‘똥개’가 개봉된다’고 말할 때 얼마나 껄끄럽겠냐”며 “그러나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강한 인상을 주는 제목”이라고 말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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