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피플]‘장화, 홍련’ 임수정-문근영 인터뷰

  • 입력 2003년 6월 9일 17시 24분


김미옥기자
김미옥기자
영화 ‘장화, 홍련’에서 새엄마의 모진 학대를 받는 자매로 나온 임수정(23)과 문근영(16). 영화 속에서는 새엄마(염정아)와 소리 지르고 싸우느라 정신이 없더니 인터뷰를 위해 모인 자리에선 시종일관 재잘대는 게 영락없는 친자매같다.

“근영이가 보기보다 굉장히 어른스러워요. 이야기가 아주 잘 통하죠. 제가 몸이 약해서 영화찍는 동안 고생했는데 그때마다 근영이가 옆에서 다독여줬어요.”(임수정)

“언니가 너무 안쓰러워 보였어요. 반면에 저는 정말 튼튼하거든요. 영화 속에서 새엄마가 저를 때려 눕힌 뒤 질질 끌고 가는 장면이 있는데, 사실 저는 하나도 안 아팠어요. 대신 힘 없는 정아 언니가 고생 좀 했죠. 하하.”(문근영)

영화 ‘장화, 홍련’은 계모와 딸의 갈등을 소재로 한 고대소설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수미(임수정)는 계모에게 반항하며 동생 수연(문근영)을 지켜주는 배역이다. 수연은 몸과 마음이 여리고 약해 계모의 학대를 고스란히 당한다.

“좀 답답했어요. 수미는 계모한테 소리도 지르지만 저는 큰 눈만 ‘끔벅끔벅’ 거리며 계모의 온갖 신경질을 견뎌내거든요. 그래도 펑펑 우는 장면이 많아 속이 좀 풀렸지만.”(문근영)

둘은 일곱 살이나 차이가 난다. 요즘에는 1년만 나이차가 나도 ‘세대차이’를 느낀다는데 둘은 매일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을 만큼 친하다.

“근영이는요, 월초에는 문자를 되게 자주 보내는데 월말이 되면 뜸해져요. 문자메시지가 월 500건까지만 되는 요금제를 쓰고 있거든요. 매일 ‘언니, 뭐해?’, ‘어떻게 지내’하면서 살갑게 문자메시지를 보내오는데 참 고맙죠.”(임수정)

임수정은 사실 공포영화를 싫어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이번 영화를 만든 김지운 감독의 영화를 촬영 직전 모두 보았는데 유독 공포영화 ‘쓰리’만 보지 않았다.

“극 중 처음으로 귀신이 나오는 장면을 찍는데 정말 무서워서 혼났어요. 온몸이 굳어버리는 느낌이랄까. 역할에 몰입하다보니 ‘이건 영화일 뿐’이라는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임수정)

“언니는 심장이 너무 약해. 저는 공포영화 되게 좋아해요. 무서워서 소리 지르고 눈을 가리면서도 끝까지 다 봐요.”(문근영)

영화의 분위기는 공포스럽지만 촬영장에서는 두 사람의 장난 때문에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수미 수연 자매가 새엄마를 못살게 구는 코믹 버전의 ‘못말리는 장화 홍련’을 찍자는 농담도 오갔다.

임수정은 올해 스물셋이지만 앳된 외모 때문에 그를 아직도 고등학생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 KBS 드라마 ‘학교4’로 데뷔한 이래 영화 ‘피아노 치는 대통령’(2002년)에서도 반항적인 여고생 역을 맡았다. 7월부터 촬영에 들어가는 새 영화 ‘…ing’에서도 고등학생으로 출연한다.

“저도 성숙한 여인 역을 맡고 싶은데…. 그래도 나이를 적게 보는 건 여배우로서 기분좋은 일이죠. 다들 젊어지고 싶어 안달이잖아요.”

광주 국제고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문근영은 성인이 되면 가장 해보고 싶은 것으로 무전여행을 꼽았다.

“2∼3개월 배낭 하나 둘러메고 산으로 들로 여행하고 싶어요. 여행을 하다가 돈이 떨어지면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임수정에게) 언니, 나 어른되면 우리 같이 무전여행 가자∼!”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장화, 홍련' 어떤영화▼

영화 ‘장화, 홍련’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동명의 고대 소설에서 소재를 차용한 작품이다. 그러나 영화의 내용은 원작과는 크게 다르다.

오랜 요양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수미(임수정) 수연(문근영) 자매는 새엄마 은주(염정아)를 노골적으로 꺼린다. 수미는 죽은 엄마를 대신해 아버지 무현(김갑수)과 수연을 손수 챙기려 들고 예민한 은주는 정서불안 증세를 보이며 집안을 공포분위기로 몰아간다.

김지운 감독은 고급스런 영상을 보여주는 데 공을 들였다. 세트 제작에만 8억원을 들였고 소품들도 모두 값비싼 골동품들이다. 한치의 오차도 없는 단정한 집안 분위기가 오히려 관객의 숨통을 조여오게 만들려는 것이다. 이는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공포영화를 만들려 했다는 감독의 의도와 맞아떨어진다.

그러나 영화 후반부 깜짝 놀랄 만한 반전의 순간, 정작 관객들은 뒤통수를 얻어맞은듯한 공포를 느끼지 못한다. 반전 이후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놓는 것이 그 증거다. 그만큼 감독은 관객에게 스토리를 충분히 이해시키지 못했다. 반전의 내용도 다른 공포영화에서 이미 본 듯하다.

‘디 아더스’, ‘링’, ‘식스 센스’ 등을 적절히 혼합시킨 이 영화는 김지운 감독의 전작 ‘조용한 가족’, ‘반칙왕’에서 드러났던 기발함이 결여돼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13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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