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덕=개성강한 캐릭터는 개그맨의 전유물같다. 바보 캐릭터의 이주일 심형래, 이경규의 튀어나온 입과 잘 돌아가는 큰 눈, 김국진의 혀 짧은 발음 등.
김국진=가수는 노래에, 연기자는 스토리에 캐릭터가 묻힌다. 하지만 즉석에서 웃음을 유발해야하는 코미디는 캐릭터에 많이 의존하다보니 그런 것 같다. 난 한국에서 가장 캐릭터가 강한 인물은 앙드레김과 장미희씨라고 생각한다. 장미희 특유의 “아름다운 밤이에요” “똑(떡) 사세요”가 주는 고상함은 개그계의 영원한 패러디 소재다.
성덕=앙드레김 선생은 예술성을 통해 ‘탈일상화’를 추구한다. 헤어스타일 분장 옷 등 남들이 하기 어려운 모습을 평생 하고 다닌다. 요즘엔 연기자들도 폼 나는 주연보다 개성강한 조연에 애착을 갖는다. 어떻게 생각하나.
국진=단순 오락물의 성패는 캐릭터가 1순위다.
성덕=그런데 ‘뜨는’ 캐릭터들은 소시민적이고 인간적인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영웅적인 오빠보다 공감을 주는 인간적이고 재미있는 스타를 원하는 것 같다. 코믹한 캐릭터는 다음 3개 중 하나다. 첫째로는 ‘역시나’하는 송강호의 확인형 캐릭터, 둘째론 ‘저 사람이 왜 저래?’하는 박영규 노주현 신구 등 의외성의 캐릭터, 셋째론 ‘쟤가 누구지?’하는 박노식의 궁금증 유발 캐릭터다.
국진=맞다. 여자들도 이젠 잘생긴 남자보다 개성있는 남자를 좋아한다. 한 조사에 보면 ‘여름에 피서 함께 가고 싶은 남자 연예인’은 강호동 유재석 신동엽 차태현의 순이다.
성덕=강한 캐릭터는 오래 기억된다. 영화 ‘공공의 적’에서 드라이버를 든 이문식은 단 몇장면 밖엔 출연하지 않았으나 오래 기억에 남는다.
국진=그건 세상에 그런 캐릭터가 단 하나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성덕=하긴 “여보세요”라고만 해 웃기는 사람도 세상에 단 한 명, 김국진 뿐이다. 방송의 경우 캐릭터가 강한 인물은 주로 시트콤에서 본다. ‘뜨는’ 캐릭터 중에는 ‘똑똑한’ 캐릭터가 절대로 없다. ‘개그 콘서트’의 세바스찬도 잘난 체하지만 결국엔 마구 무너지지 않는가. 똑똑하다는 건 곧 ‘영웅’을 말하는데, 이젠 사람들이 ‘영웅’을 재수 없게 생각한다. ‘높아 보이고’‘꿈같은’ 캐릭터는 이제 어렵다.
국진=윤다훈은 ‘접시쇼’라는 전설적인 장기를 갖고 있어 캐릭터를 각인시킨다고 들었는데 그게 뭔가.
성덕=접시를 이용해 춤추는 쇼인데, 10월말 개봉하는 영화 ‘내사랑 은장도’에서 선보인다. 이 쇼를 보면 다 넘어간다.
국진=가요계도 외모보다 ‘빅마마’처럼 가창력이 탁월한 가수들이 각광받는다. 연기자도 얼굴보다 연기를 바탕으로 한 개성 시대로 가고 있다.
방송작가·영화감독 CEO@joyfr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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