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권도란 이소룡이 창시한 쿵후의 일종. 주인공인 고교생 현수(권상우)가 그에 심취한 ‘이소룡 키드’로 설정돼 있어 이같은 제목을 붙이려 했다. 그러나 일반인에겐 생소하다는 이유로 ‘말죽거리 잔혹사’가 낙찰됐다.
이 영화는 1970년대 남자 고교생들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일종의 성장영화. 1978년 말죽거리에 있던 정문고로 전학온 현수가 그 학교 ‘짱’인 우식(이정진)과 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벌이는 대립을 그렸다.
그런데 ‘말죽거리 잔혹사’는 제목 때문에 관객들이 장르에 대한 선입관을 갖는다는 게 제작사 ‘싸이더스’의 설명이다. ‘말죽거리’라는 지명이 주는 촌스러운 이미지 때문에 이 영화를 코미디 영화로 착각하거나 ‘잔혹사’라는 표현 때문에 공포영화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
말죽거리는 지금의 서울 서초구 양재동 일대를 지칭하는 옛지명. 조선시대에 지방과 서울을 오가는 여행객들이 타고 온 말에게 죽을 끓여 먹이며 쉬어 간 곳을 뜻한데서 유래했다. 그럼에도 요즘 10∼20대들은 이 지역을 시골이나 서울 변두리로 여기고 있다. ‘싸이더스’는 “사투리를 쓰는 지방 조폭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고 한다.
‘싸이더스’는 “말죽거리는 1970년대 후반 강남 개발 붐에 부동산 투기의 대상이 됐던 지역으로 이같은 사회적 의미가 영화에도 녹아있기 때문에 그 지명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잔혹사’라는 말에는 “청춘이란 돌이켜보면 아름답지만 그 시절의 청소년들에겐 잔혹한 시절”이라는 시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유 감독이 원래 시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제목이 무리는 아니다. 이 영화에는 1970년대 학원폭력과 입시지옥의 실상도 담는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