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피플]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선장役 조니 뎁

  • 입력 2003년 6월 29일 17시 28분


영화 ‘가위손’ ‘슬리피 할로우’의 조니 뎁이 마흔의 나이에 해적 선장이 돼 디즈니 영화에 출연했다.

할리우드의 연기파 스타 배우중 하나인 뎁은 다음달 9일 미국에서 개봉하는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블랙 펄의 저주’(한국 개봉 9월5일)에서 해적선 ‘블랙 펄’호를 빼앗긴 선장 잭 스패로우 역을 맡아 전혀 새로운 캐릭터의 해적 선장을 연기했다.

해적이라 하면 ‘보물섬’의 외다리 실버나, ‘피터팬’의 갈고리손 후크 선장처럼 무시무시한 인상에 잔인하고 비열한 성격의 인물을 떠올리지만 잭 선장은 사악한 구석이 없고, 늘 술에 취해있으며 록 스타처럼 치장하길 좋아하는 별난 해적이다. 그동안 냉소적인 쿨(cool)함을 주로 연기해온 뎁이 모처럼 푸근한 웃음을 선사한다.


●'록스타 같은 해적' 푸근한 웃음 선사

뎁은 2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세인트레지스 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해적들은 18세기의 록 스타였다”며 “그 캐릭터는 주로 ‘롤링스톤스’의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키스 리처드에게서 영감을 얻었고, 에티오피아 셀라시에왕을 숭배하는 자마이카 라스타파리안의 스타일, 인기 프랑스 만화의 캐릭터인 스컹크 페페 르 퓨의 성격을 덧붙였다”고 말했다.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는 “해적을 ‘18세기의 록스타’로 정의한 것은 뎁이었다”고 전했다. 뎁은 “해적은 사악하긴 하지만 일상을 넘어선 자유분방한 생활로 록 스타처럼 신비적인 분위기를 풍긴다”며 “사우나에서 대본을 읽고 있을 때 키스 리처드의 거칠면서도 기지와 유머가 넘친 무대 매너와 잭 선장의 이미지가 겹쳐졌다”고 말했다. 뎁은 배우가 되기 전 플로리다에서 ‘키즈(Kids)’라는 록밴드에서 활동했다.

할리우드의 상업성과 거리를 둬온 뎁이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블록버스터용 영화를 찍은 것은 의외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괴짜 팀 버튼 감독과 찍은 영화를 굳이 거론하지 않고 최근 그가 출연한 영화만 보더라도 ‘프롬 헬’(2001년)에서는 연쇄살인사건을 조사하는 아편중독자 수사관, ‘블로우’(2001년)에서는 악명높은 마약밀수업자, ‘비포 나잇 폴스’(2000년)에서는 마초인 중위와 게이의 1인2역을 맡았다. 모두 그로테스크하거나 편집증적인 배역이었다.

● 네살짜리 큰 딸 위해 디즈니 영화 출연

‘뎁이 디즈니 블록버스터 영화에 출연한 이유중 하나는 프랑스 가수 바네사 파라디스와의 사이에 낳은 두 아이를 위한 것’이라는 추측을 그는 부인하지 않았다. 뎁은 “네살짜리 큰 딸이 15년이 지나서야 볼 수 있는 영화보다 지금 함께 웃을 수 있고 느낌을 나눌 수 있는 눈높이의 영화를 찍고 싶었다”고 말했다. 뎁은 내년 개봉으로 계획된 ‘네버랜드’라는 영화에도 원작 피터팬의 작가 제임스 배리로 등장한다.해적 영화는 꿈의 공장 할리우드가 즐겨 내놓는 메뉴중 하나다. 더글라스 페어뱅크스와 같은 초기 할리우드의 스타들도 해적 역할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뎁은 어릴 적 수백번도 더 들었을 해적 ‘검은 수염’의 노래를 떠올리면서 “깊은 바다위에서 바람에 머리를 휘날리며 보물을 찾으러 가는 해적은 남자 아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꾸어봤을 꿈”이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줄거리는

해적 바르보사와 그 일당이 영원히 죽지 못하는 저주를 풀기 위해 블랙 펄호의 보물을 숨겨놓은 섬에 모였다. 사진제공=브에나비스타코리아

카리브해의 해적선 선장 잭 스패로우(조니 뎁)는 자신의 배 ‘블랙 펄’호를 바르보사(제프리 러쉬)에게 뺏긴다. 바르보사는 그 배를 타고 영국 함대가 있는 로얄 포트를 습격해 총독의 딸인 엘리자베스 스완(키라 나이틀리)을 납치한다. 엘리자베스의 어릴 적 친구인 대장장이 윌 터너(올란도 블룸)와 잭 선장은 영국 함대의 배를 훔쳐 ‘블랙 펄’을 찾아 나서고, 이들을 엘리자베스의 약혼녀인 해군 제독 노링턴(잭 다벤포트)이 추적한다.

출연 배우중 사악한 해적선장역을 맡은 러쉬는 영화 ‘샤인’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다벤포트는 ‘리플리’에서 부유하고 세련된 청년 피터를 연기한 배우다. 여주인공 18세의 나이틀리는 ‘슈팅 라이크 베컴’에서 축구를 좋아하는 영국 소녀로 나왔다.

이 영화를 기존 해적 영화와 구별짓는 것은 ‘저주’다. 이를 통해 보물을 찾아다니는 해적의 얘기가 빼앗은 보물을 돌려줘야 하는 해적의 얘기로 바뀐다. ‘블랙 펄’호의 저주받은 보물로 인해 영원히 죽을 수 없는 바르보사 일당은 달빛을 받으면 살아있는 해골로 변한다. 심해에서 달빛을 받으면 해골로 변하는 특수 효과가 볼 만하다. 감독은 ‘멕시칸’ ‘마우스헌트’ 등의 고어 버빈스키. 9월5일 개봉.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