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할리우드가 아시아 공포영화 리메이크하는 까닭은?

  • 입력 2003년 6월 30일 18시 32분


최근 할리우드 메이저 제작사 ‘드림웍스’로부터 200만달러(24억원)를 받고 리메이크 판권을 판매한 영화 ‘장화, 홍련’ 동아일보 자료사진
최근 할리우드 메이저 제작사 ‘드림웍스’로부터 200만달러(24억원)를 받고 리메이크 판권을 판매한 영화 ‘장화, 홍련’ 동아일보 자료사진
한국 영화 ‘장화, 홍련’의 리메이크 판권이 최근 할리우드 제작사 드림웍스에 200만달러(24억원)에 팔렸다. 이는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영화 중 리메이크 판권이 가장 비싸게 팔린 경우. 국내에서는 2001년 ‘조폭마누라’(95만달러)가, 아시아에서는 홍콩영화 ‘무간도’(175만불)가 최고 기록이었다.

지난달 1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장화, 홍련’의 영문자막프린트 시사가 끝난 후 소니픽처스, 파라마운트, MGM, 유니버셜, 드림웍스 등 할리우드의 메이저 제작사들이 치열한 입찰 경쟁을 벌였고 27일 드림웍스와 계약을 체결했다.

리메이크 판권은 통상 계약금의 20%를 미리 받고 제작에 들어가면(제작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나머지 액수를 받는다. 그러나 ‘장화, 홍련’은 100만 달러를 선급금으로 받고 제작이 시작되면 나머지 100만달러를 받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계약이 성사됐다.

‘장화, 홍련’이 할리우드에서 이처럼 좋은 대우를 받은 것은 할리우드의 동양 공포영화 리메이크 붐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일본영화 ‘링’이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돼 미국에서만 1억2900만달러(1548억원)의 극장 수입을 올렸다. 할리우드판 ‘링’의 제작비는 4000만달러(480억원). 할리우드의 동양권 영화 리메이크작 중 가장 성공한 사례로 기록됐다. 현재 태국-홍콩 합작영화 ‘디 아이’, 원작 ‘링’의 나카다 히데오 감독의 ‘카오스’ ‘검은 물 밑에서’ 등이 할리우드와 리메이크 계약을 끝낸 상태.

할리우드가 동양 공포영화에 관심을 갖는 까닭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할리우드 공포영화는 주로 ‘슬래셔 무비’(Slasher Movie·무차별 살인 행각을 담은 영화)로 마지막에는 반드시 선이 악을 징벌하는 식이었다.

반면 동양 공포영화는 억울하게 죽은 혼령을 소재로 하며 선과 악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 뉴욕타임스 최근호는 “동양 공포 영화는 정의할 수 없거나 보이지 않는 실체에 대한 공포를 극대화 시킨다”며 “‘귀신’을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 인식하는 동양 공포 영화는 선악이 분명한 ‘슬래셔 무비’에 익숙한 할리우드 관객에게는 참신하게 다가온다”고 분석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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