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피플]영화 ‘싱글즈’ 장진영-김주혁이 말하는 싱글의 속내

  • 입력 2003년 7월 3일 17시 48분


영화 '싱글즈'는 주연 장진영(왼쪽), 김주혁. 두 사람 모두 아직 '싱글'인 게 좋지만 예쁜 아기만 보면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병기기자
영화 '싱글즈'는 주연 장진영(왼쪽), 김주혁. 두 사람 모두 아직 '싱글'인 게 좋지만 예쁜 아기만 보면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병기기자

○ 진정한 싱글이란

영화에서 나난은 직장에서 좌천되자 사표를 쓰려 한다. 그러나 친구 정준은 “사표가 멋있을지 모르지만, 그 다음은 전혀 안 멋있다. 대출금 이자 내야지, 카드값 메꿔야지”라며 만류한다.

장진영이 말하는 진정한 싱글의 조건은 경제적 신체적 독립이다. 그는 전북 전주 출생으로 서울 상명대 의상학과에 진학하면서 독립한 싱글 생활 10년차다.

이에 따르면 김주혁은 싱글이 아니다. 서른 한살인 김주혁은 부모와 함께 산다.

그는 “분가한 형을 대신해 부모를 ‘보살펴 드리는 차원’”이라고 하지만 장진영은 “‘미혼’과 싱글은 다르다”고 반박한다.

“돌봐주는 이없이 스스로 자기 생활을 해야 하는 게 진짜 싱글이죠. 그럴려면 뚜렷한 철칙이 있어야 해요. 저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요. 잘 챙겨 먹죠.”

그러나 ‘미혼=싱글’이라는 광의에 따라 자신도 싱글이라는 김주혁은 “싱글의 삶을 즐겨야 하지만 싱글이면 더블되고 싶고, 더블이면 싱글되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 그래도 결혼은 해야지

“아침 적당히 해주고 밤에 적당히 서비스만 해주면 남편이 학비 대주고 용돈도 주겠다는데, 그런 찬스가 어딨냐.”(동미)

“그런데, 남의 손 빌려 밑 닦은 것처럼 찜찜해. 내가 원했던 게 한꺼번에 이뤄지는데 뭐냐, 이 허허한 기분은….”(나난)

나난은 조건좋은 수헌을 만나 결혼도 생각하지만 ‘나라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싶어 프로포즈를 거절한다.

“제가 나난이라면 그 남자와 결혼할 거에요. 사랑과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는데…. 그렇지만 대한민국 남자중 수헌같은 사람은 없다고 봐요.”(장진영)

“능력도 있고 얼굴도 예쁜데 이것 저것 재다가 나이먹은 싱글 보면 안타까워요. 누군가 ‘별 놈 없고 별 년 없다’던데.”(김주혁)

이들은 결혼이 사회 생활에 유리하다는데 동의했다. 무엇보다 “한국에는 아직까지 ‘더블’이 주류고, ‘화려한 싱글’의 모범도 없다”는 것이다.

“주인공의 나이 스물 아홉은 사랑과 현실적 조건 중 어느 하나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시기입니다. 그런 치열한 고민 속에 자신을 발견하게 되죠.”(김주혁)

○ 싱글의 성(性)과 사랑

“사람이 매끼 밥을 먹어야 힘을 쓰듯 섹스도 적당히 해줘야 신진 대사가 활발한 법이다.”(동미)

“미치겠어. 나 요즘 남자만 보면 침대에 같이 누워있는 상상한다니까!”(나난)

“너 그거, 지랄밝힘증이다.”(동미)

성욕이 식욕에 다음가는 인간의 욕구라지만 아직 한국 사회의 싱글들은 성에 대해 솔직하지 못하다.

동미는 46번째 남자와 연애를 하지만 “네 입에서 사랑 이야기가 나오니까 왜 이렇게 웃기냐”고 친구들의 비웃음을 산다.

“‘섹스=스포츠’라고 믿는 남자도 있어요. 감정없이 본능에 이끌리는 거죠. 그러나 상대방의 동의를 얻었다면 욕할 수 없어요. 성과 사랑은 당사자들만의 문제니까 다른 사람이 왈가왈부한다는 게 우습죠.”(김주혁)

“남자들은 예쁜 여자 보면 ‘저 여자와 자보고 싶다’고 생각한다면서요. 여자라고 왜 안 그렇겠어요. 다만 우리 사회는 성에 대해 보수적이니까 자신있게 표현하기 어렵겠죠.”(장진영)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영화 '싱글즈' 줄거리는

나난(장진영) 동미(엄정화) 정준(이범수)은 스물아홉 동갑내기 친구다. 자유연애주의자 동미와 소심하고 순진한 남자 정준은 경제적 이유로 동거 중이다. 어느날 의상 디자이너 나난은 애인에게 차이고 못된 상사로 인해 레스토랑 매니저로 좌천된다. 우울해하는 나난에게 증권맨 수헌(김주혁)이 접근하면서 사랑이 싹튼다.

“친구보다 애인이 좋다. 친구는 섹스가 해결이 안되니까.” “배고프다고 아무거나 먹지 마라. 급하게 새 남자 만나는 거 위험하다.” 등 과감하고 솔직한 대사와 그것을 감칠 맛 나게 엮은 감독의 힘이 엿보인다. 서른 즈음의 고비에서 막연히 치밀어오는 우울과 불안을 표현한 점이 또래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사랑하기 좋은 날’의 권칠인 감독. 15세 이상 관람가. 1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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