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옆 난로 앞에서 오들오들 떠는 그에게 이재규 PD는 “다이버들이 뒤에서 밀어주고 잡아줄테니 잠수를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격려했다. 그러나 수영을 못하는 하지원은 좀처럼 표정을 풀지 못했다. 제작진은 결국 수영 강사를 긴급 섭외해 하지원에게 물 위에 뜨거나 물장구치는 법을 가르쳤다.
‘다모’(극본 정형수)는 12부작 무협 사극으로 28일 첫방영한다. 다모는 조선시대 관가에서 차 심부름을 하던 관비로 조선 중기 이후에는 의금부·형조·포도청에서 ‘여형사’ 역할도 맡았다.
주인공 채옥은 숙종 때 좌포도청 소속의 다모로 상관인 포도종사관 황보윤(이서진)에게 신분을 초월한 오누이같은 정을 느끼고, 역성혁명을 꿈꾸는 화적 장성백(김민준)에게 끌리면서 사랑과 직업 의식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원작은 방학기의 만화 ‘다모’.
제작진은 2월부터 전남 담양의 대나무밭 등 5개월간 전국을 누비며 미니시리즈로는 처음으로 전편을 고화질(HD) TV 방식으로 제작하고 있다. 회당 2억원에 이르는 제작비는 여느 사극의 1.5∼2배, 미니시리즈의 2∼3배라고 이 PD가 설명했다.
수영장에서 개인 강습을 받은 하지원은 한결 밝은 얼굴로 물 밖으로 나와 기자들을 맞았다. 조선시대 다모는 막걸리 세 사발을 단숨에 들이키고 쌀 다섯 말을 번쩍 들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었으나 하지원의 외모는 가냘퍼 보였다.
그러나 하지원은 겨울 눈발이 날리는 영하의 날씨에서 칼싸움 장면을 찍었고, 공중을 날아다니는 와이어 액션도 거의 직접 연기했다. 공중회전 등 고난도 기술만 대역에게 맡겼다. 하지원은 “위험하긴 해도 진심으로 원했던 역할이기 때문에 힘든 만큼 재미있다”고 기운차게 말했다.
“대학 시절에 승마를 배웠지만 드라마에서는 ‘폭풍을 가르듯’ 달려야 하기 때문에 이번에 새로 배우다시피 했어요. 갈퀴를 붙잡은 채 상체를 앞으로 숙이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허리도 많이 아파요.”
하지원은 말에서 떨어져 넓적다리를 다치기도 했고 격렬한 촬영 때문에 말도 두 마리나 죽었다.
“이 드라마에는 기존 사극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의상과 무술, 그리고 순정만화같은 가슴 아픈 사랑이 있어요. 아름다운 매화밭에서 채옥이 황보윤의 상처를 치료해주는 대목은 드라마사에 남을 명장면이 될 겁니다.”
이 PD는 하지원에 대해 “얼굴이 관능적이면서도 깊이를 담고 있다”며 “관능적인 이미지가 이미 알려진 것이라면, 후자의 이미지는 이 작품을 통해 새롭게 각인될 것”이라고 말했다.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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