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덕의 연예토크]중견들이 본 신인연기자들

  • 입력 2003년 8월 11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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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엔터테인먼트 파워’가 지배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지나치게 쉽게 보는 경향이 있다. 외모만 받쳐주면 무조건 스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큰 착각이다. 중견 탤런트 송재호 송옥숙씨와 신인 연기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최근 신인들을 보면서 느끼는 점이 있다면?

송재호=예전엔 돈을 떠나 ‘무조건 연기가 좋고 천직이다’란 생각으로 덤볐는데 요즘엔 아르바이트 정도로 여기는 이들이 많은 것 같아요.

송옥숙=연기자들끼리 모여 서로 연기에 대해 자문 받는 일이 많았는데, 요즘은 안 그런 것 같아요. 매니저나 코디 등 자기 식구들끼리만 몰려다니니….

김=후배들의 연기에 아쉬운 게 있다면요?

송옥숙=연구를 많이 하지 않아요. ‘롱 샷’같은 용어를 모르는 후배도 있어요. 연구 없이 현장에 나오는 후배들과는 정말 연기하기 싫습니다.

송재호=나는 캐릭터를 연구하다 의상 때문에 부산까지 내려가 준비했던 일도 있었어요. 그런데 요즘 연기자들은 코디가 가져다줍디다. 그러다보니 편하게만 받아먹으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고.

김=그런 후배들을 따끔하게 혼내세요?

송옥숙=예전엔 그랬는데 최근 한 선배가 “그러지 말라”고 조언하더라구요. 방송이든 영화든 스타시스템으로 운영되다 보니까, “어떤 선배가 불편하다”고 스타 후배가 감독한테 말해, 오히려 선배들이 교체되는 경우도 있답니다. 하지만 충고를 고맙게 받아들이고 발전하려고 노력하는 후배를 보면 정말 예뻐요.

김=그런 ‘예쁜’ 후배들 중엔 누가 있어요?

송옥숙=최근엔 예지원이 기억에 남아요. 의상부터 대사의 톤까지 고민하고 노력하더라고요. 그래서 의상까지 함께 고민해 줬죠. 지원이는 오히려 선배들이 자기한테 이야기 안 해주면 불만이에요. 이병헌도 잊지 못할 후배지요. 지금은 스타지만 예전엔 하는 영화마다 실패했거든요. 처음 영화할 때 각 신(scene)에 힘이 너무 들어간 것 같다고 한 마디 해줬는데, 너무 고마워하더라니까요.

송재호=얼마 전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같이 일했던 송강호도 그래요.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자기 신이 없을 때도 나와 모니터하고 극중 역할에 빠져 들려고 혼신의 힘을 다 합디다.

김=후배 연기자들에게 조언을 해 주신다면?

송옥숙=남의 연기도 봐야 합니다. 자기 신 없다고 차에 가서 졸지 말고. 다른 배우의 연기를 보면서 자기 연기의 톤을 맞추는 게 얼마나 중요한데요.

송재호=‘겸손하면 스타 기질이 없다’는 이상한 인식이 있어 그저 다들 목에 힘 들어가 있어요. 가뜩이나 요즘 연기자들 키가 큰데 쳐다보기도 힘들죠.

송옥숙=서로 이야기를 많이 했으면 해요. 옛날엔 한 작품하면 다들 친해졌는데 요즘은 낯설게 만나 낯설게 헤어져요. 선배들한테서 빼먹을 게 얼마나 많은데요.

방송작가·영화감독 CEO@joyfr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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