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프’에는 서른 살 동갑내기 여배우 두 명이 주인공 캐서린 역으로 번갈아 출연한다.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활약하는 추상미와 극단 목화 출신의 장영남은 모두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는 실력파 배우들.
이번에 추상미는 6년 만에 정통극 무대에 선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 뮤지컬에는 출연했지만, 정통연극 무대에 서는 것은 97년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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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남은 젊은 여배우가 많지 않은 요즘 대학로에서 한창 주목받는 배우다. 2001년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으로 기량을 검증받았고 내쳐 같은 해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받아 이름을 드높였다.
‘프루프’는 정신 이상에 걸린 천재 수학자인 아버지(로버트)를 돌봐온 젊은 여인(캐서린)의 이야기다. 캐서린은 로버트를 닮아 뛰어난 수학적 재능을 보이지만, 내심 아버지처럼 되지 않을까 걱정한다. 우울증과 불안, 그리고 아버지를 닮은 광기(狂氣)를 표현해야 하는 만큼 성격 변화가 심하다. 2시간이 넘는 공연시간 중 캐서린이 등장하지 않는 장면은 7∼8분에 불과할 정도로 비중도 크다.
추상미와 장영남은 이 연극에서 각기 독특한 개성을 보여준다. 두 여배우와 함께 공연하는 로버트 역의 전성환은 “추상미가 연기하는 캐서린의 광기는 기복이 큰 데 비해, 장영남의 캐서린은 내면 깊숙이 들어가 휘젓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두 배우가 배역에 접근하는 방법도 차이가 있다. 연극배우 고 추송웅씨의 딸인 추상미는 “아버지의 재능과 단점을 물려받았다는 점에서 연극 속의 캐서린과 나는 닮은 듯하다”며 “캐서린의 감성과 상황이 쉽게 이해된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장영남은 “좀처럼 경험해보지 않은 리얼리즘 연기여서 극의 중심을 잡아나가기가 쉽지 않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때로 날카롭기도 하고, 사랑에 굶주려 있기도 한 성격을 담아내는 것이 어렵다”며 ”연습을 통해 안정된 연기를 찾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광보 연출로 국내 초연되는 연극 프루프에는 추귀정과 장현성이 각각 캐서린의 언니 클레어와 로버트의 제자 할 역으로 출연한다. 9월 28일까지. 화∼금요일 오후 7시30분, 토요일 오후 4시, 7시. 일요일 오후 3시, 6시. 2만∼3만원. 02-516-1501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프루프'는 어떤 연극…▼
연극 ‘프루프’는 해외에서 많은 화제를 뿌렸던 작품이다. 2000년 5월 미국 뉴욕에서 초연된 이 연극은 브로드웨이에서 20년 만의 최장기 연극(918회)으로 기록될 만큼 인기를 얻었다. 영국 웨스트엔드 공연에서는 귀네스 팰트로가 주연을 맡기도 했다.
2001년 토니상 작품상과 여우 주연상, 연출상을 받고 원작자 데이비드 오번은 같은 해 퓰리처상 드라마 부문을 수상해 흥행성과 작품성에서 두루 검증을 받았다.
천재수학자 로버트의 장례식 전날. 아버지로부터 천재성을 물려받은 캐서린은 언니 클레어와 자신의 연인이자 로버트의 제자인 할에게 자신이 수학 공식을 증명했다고 밝힌다. 그러나 클레어와 할은 캐서린의 주장을 의심하며, 수학공식을 증명한 사람은 로버트라고 생각한다. 이 연극에서는 수학공식의 증명을 누가 해냈는지를 밝히는 과정을 통해 캐서린과 주변 인물들의 갈등과 화해를 펼쳐나간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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