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만남
“뭐. 조루요? 에이, 그래도 그렇지 열두 살짜리가 어떻게 그거에 걸려요. 에, 조로요?”
영화 속에서 둘이 처음 만나는 장면. 로봇을 만지작거리던 ‘형 같은 동생’이 “형”하며 안기자 상우의 표정은 황당함 그 자체다.
실제 두 배우가 만났던 첫 작품은 98년 ‘태양은 없다’. 이 작품에서 이정재는 정우성과 주연으로, 이범수는 조연인 악덕 채권업자로 등장했다.
“5년 만에 같은 작품에서 다시 만났죠. 그 작품에 대한 추억도 있고 각자 열심히 작업해왔는데 좋은 작품에서 함께 연기해 기쁩니다.”
이범수의 말에 이정재는 씩 웃으며 ‘원수를 갚았다’고 응수했다.
“‘태양은 없다’ 에서 눈물나도록 많이 맞았어요. 이번 영화에서는 내가 유난히 동생을 쥐어박는 장면이 많더군요.(웃음)”
● 의좋은 형제?
두 명의 남성을 간판으로 내세운 작품의 성격상 둘의 관계는 파트너이자 경쟁자.
서로 상대의 역할을 잘 알아야 하기 때문에 ‘만약 내가 봉구라면, 내가 상우라면’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자주 던졌다고 한다.
“작품을 하면서 겉으로는 차가워 보이지만 따뜻한 배우 이정재의 진한 인간미를 느꼈어요. 극중에서 뿐 아니라 촬영 현장에서도 ‘형’처럼 의지했죠.”(이범수)
“범수씨, ‘징그러울’ 정도로 연기를 잘 해요. 즉흥연기나 애드리브가 많은 것 같은데, 그것도 철저하게 계산해서 연기하는 배우지요.”(이정재)
극중 동생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지만 형의 작품 욕심도 만만치 않다. 이정재는 밤11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김용화 감독을 만나 마지막 편집과정을 상의한다고 했다.
● 형제의 꿈
‘태양은…’을 출발점으로 보고 흥행 성적을 따지면 둘의 관계가 조금 역전됐다. 조연이었던 이범수는 ‘몽정기’와 ‘싱글즈’ 등 최근 두 작품에서 5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들였다. 반면 95년 SBS 드라마 ‘모래시계’ 이후 ‘청춘스타’의 자리를 굳게 지켜온 이정재의 ‘오버 더 레인보우’는 지난해 제작비를 겨우 건진 수준이었다.
“청춘스타요? 이제 그 ‘딱지’는 권상우나 원빈한테 물려줘야죠. 저나 장동건 정우성은 뒷전으로 가야죠. 사실 영원한 청춘스타로 남으려면 제임스 딘처럼 죽어야 하는 데 그럴 수 도 없고….”(이정재)
이범수에게 멜로 영화의 주인공 얼굴로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좀 짓궂은 질문을 던져봤다.
“무슨 말씀을? 지금 이은주 씨와 함께 찍고 있는 ‘안녕 UFO’도 로맨틱 코미디인데요. 모든 사람들은 자신에 맞는 사랑을 하고 있어요. 관객 입장에서 볼 때도 조각한 듯 잘 생긴 배우들의 사랑은 오히려 ‘남의 것’처럼 느껴지지 않겠어요.”
내친 김에 미혼인 이들 형제에게 결혼 계획을 물었다.
“결혼은 제2의 도약이잖아요. 맞죠? 한데 아직 사람이 없어요. 사람 만날 시간이 없어요.”(이범수)
“사귀고 있는 사람은 있어요. 하지만 결혼은 인간이 하는 것이 아니라 운명이 만들어준다고 생각해요.”(이정재)
정말 두 배우는 연기 스타일이나 성격은 다르지만 작품에 대한 욕심만은 꼭 닮은 ‘오! 브라더스’였다.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줄거리는… 겉은 30대 속은 12세의 눈으로 본 코믹한 세상▼
불륜 사진을 찍어 돈을 뜯어내거나 악성채무자들의 돈을 대신 받아오는 일을 하던 상우는 집나간 아버지의 사망 소식과 함께 아버지의 빚과 이복동생을 떠맡는다. 이 작품은 봉구가 어른들의 세계에 뛰어들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코믹하면서도 때론 가슴이 찡하게 다뤘다. 15세 이상 관람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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