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할리우드에서 여성영화들이 뜨고 있다. DPA 보도에 따르면 메이저 스튜디오들은 만화 속 영웅 같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블록버스터(흥행대작)보다, 약점도 있지만 용감한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코믹드라마나 여성들이 좋아하는 뮤지컬영화의 제작에 관심을 쏟고 있다는 것.
두 장르의 영화들은 지금까지 연예계를 움직이는 남성 경영진들이 거의 무시했던 관객층을 겨냥하고 있다. 그들은 바로 자유와 경제적 여유를 갖고 있는 20대 여성들.
이런 이유로 최근 영화에서는 보통 여성들이 쉽게 동일시할 만한 역할모델들이 주역으로 등장하고 있다. 뉴욕, 런던, 로스앤젤레스 같은 대도시에서 광고, 패션, 미디어 등 첨단 직종에서 일하며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씩씩한 여자들의 로맨스가 담겨있다.
예를 들어 르네 젤웨거의 ‘브리짓 존스의 일기’, 리즈 위더스푼의 ‘금발이 너무해’, 카메론 디아즈 등 ‘미녀 삼총사’의 여주인공을 연상하면 된다.
현대 여성들에게 영향력 있는 또 다른 역할모델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TV드라마 ‘섹스&시티’의 여주인공들. 여성들은 그들을 하나로 섞어놓은 듯한 인물을 부러워한다.
이처럼 여성들이 동일시할 만한 여성상이 나오는 영화는 이른바 ‘베이브버스터’(babebuster·babe는 아가씨란 뜻)라고 불린다. 할리우드에서 ‘베이브버스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반적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의 판권을 따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졌다. ‘패밀리 트러스트’, ‘맨 이터’, ‘쇼핑중독자의 고백’, ‘유모의 일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등이 할리우드가 노린 작품들이다. 지금까지 할리우드 상업영화에서 여성을 남자주인공의 연애대상이 아닌, 영화의 중심인물로 등장시킨 경우는 드물었다. ‘델마와 루이스’, ‘섹스와 독신녀’ 등은 주류가 아닌 예외적 작품으로 인정받을 뿐이다. 대중문화 비평가인 로버트 톰슨은 “솔직히 여성이 주역이 되기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말했다. 그는 ‘헐크’, ‘터미네이터3’와 만화를 소재로 한 대작들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새로운 여성영화의 홍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한다. 게다가 ‘미녀삼총사’ 같은 영화의 또 다른 장점은 여성의 힘과 능력을 강조해 여성관객들을 유혹하고, 섹시한 미녀들을 등장시켜 남성관객까지 끌어들이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여성영화에 대한 높은 관심은 영화계의 힘 있는 자리를 차지한 여성이 늘고 있다는 점과도 무관하지 않다.
한편 흥행에 미치는 여성관객의 파워가 커지면서 뮤지컬영화의 제작 붐도 일고 있다. 뮤지컬영화의 주 관객층이 대부분 여성이기 때문.
‘물랭 루주’, ‘시카고’ 같은 뮤지컬 영화의 성공에 뒤이어 MGM은 케빈 클라인과 애슐리 주드가 주연한 뮤지컬 영화 ‘디 러블리(De-lovely)’를 만들었다. 흑인배우 모건 프리먼이 출연하는 ‘스트레이트 업’은 불우청소년들이 갱단을 떠나 노래와 춤을 배운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워너브러더스와 조엘 슈마허 감독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오페라의 유령’을 영화로 만들 예정. 유니버설은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와 ‘카르멘(제니퍼 로페즈 주연)’의 영화화를 계획 중이다.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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