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방영되는 KBS1 추석특집 환경스페셜 ‘노영심의 다큐콘서트-야생동물의 귀향’(밤 9·35)은 다큐멘터리와 음악이 만나는 실험적 형식부터 눈에 띈다. 노영심은 피아노곡을 현장에서 연주하면서 야생 동물의 귀향길을 안내한다.
먼저 동해로 흘러가는 왕피천. 이곳은 회귀성 어류인 은어와 연어의 고향이다. 은어가 봄부터 왕피천을 올라오면 뒤이어 연어가 찾아온다. 북태평양 알류산 열도 아래에서 3∼4년 성장한 연어는 3만2000km의 대양을 거슬러 태어난 강을 찾아온다. 대양을 지나 모천에 도달하는 연어는 1% 안팎. 어미의 죽음은 후세를 위한 전략이다. 죽은 연어가 유기물로 분해될 즈음에 맞춰 새끼 연어들이 깨어난다.
추수가 끝날 무렵, 세계 가창오리의 90%가 한반도로 날아온다. 충남 서산 천수만에서 펼쳐지는 20만 마리의 가창오리 군무. 그들이 거대한 무리를 이루는 것은 긴 비행에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본능적 단결이다.
봄이 되면 맨 먼저 제비가 온다. 제비는 동남아시아에서 많게는 4000여km를 날아온다. 호주에서 시베리아까지 1만300km를 비행하는 도요새는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을 날아가는 철새. 한반도의 갯벌은 여행에 지친 도요들이 에너지를 보충하는 장소다. 도요들이 왜 남반구에서 북반구까지 그 먼 길을 날아오는지 신비하기만 하다.
서해 백령도 앞 작은 암초. 주로 북극권에서 서식하는 물범이 서해까지 내려와 살고 있다. 물범에겐 서해가 제2의 고향인 셈.
깊은 숲 속 산새들은 또 한번의 여행을 준비한다. 짝을 부르면서, 비행을 하면서, 알을 낳고 새끼들을 키우면서 새들은 다양한 소리를 낸다. 가만히 자연의 소리를 듣고 있으면 작은 음악회가 된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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