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방영되는 KBS 1TV 추석특집 다큐멘터리 ‘신의 땅, 오지의 축제’(오후 9·30)는 말레이시아, 네팔, 티베트에서 ‘가와이’ ‘가이 자트라’ ‘유월회’란 이름으로 치러지는 한가위 세시풍속을 살펴본다.
티베트 장족의 ‘유월회’는 지신밟기와 비슷한 라창카 마을돌기로 시작된다. 서낭당과 비슷한 랍채에서 산신에게 제사를 올린 뒤 마을사람들이 모여 춤을 춘다. 제사장 격인 법사는 춤에 흥이 겨워 점차 몸짓이 격렬해지다가 신이 오른다. 법사는 10m 높이의 기둥을 기어오르고 쇠꼬챙이를 몸에 꽂기도 하는 의식을 통해 신에게 기원한다.
네팔 네왈족에게 ‘가이 자트라’가 오면 마을의 거리는 분장을 한 아이들과 소들로 넘쳐난다. 가족 중 사망한 지 1년이 안 된 이가 있는 집에선 식구 중 어린이 한 명을 죽은 이의 모습으로 분장시키고 죽은 이의 이름을 쓴 큰 접시를 들게 해 거리로 내보낸다. 아이들은 화려하게 장식한 소를 앞세우고 종일 거리를 다닌다. 마을 주민들은 접시에 음식을 얹어주며 죽은 영혼의 평안과 환생을 기원한다.
말레이시아 사라와크의 밀림이 시작되는 첫 항구인 시부항에선 ‘가와이’를 앞두고 우리처럼 귀향 행렬이 줄을 잇는다. 특이한 것은 모두 살아있는 닭을 담은 상자들을 손에 들고 있는 것. 이모작을 하는 이들에게 ‘가와이’는 일년에 첫 번째 수확의 기쁨을 나누는 축제로, 사람들은 닭싸움을 즐긴다. 축제는 닭을 목욕시키고 닭이 목욕한 물에 자신의 몸을 씻는 의식부터 시작된다. 달걀을 제상에 올리고 닭의 피를 온몸에 발라 나쁜 기운을 씻는다.
KBS 외주제작팀 양희섭 PD는 “세 곳의 축제는 모두 보름달에 뜨는 시기에 맞춰 시작되는 등 우리와 같은 농경 사회의 풍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죽은 조상들에 대한 태도나 악귀(惡鬼)를 떨쳐내고자 하는 행위를 우리의 세시 풍속과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고 말했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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