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까막눈 할머니들의 좌충우돌 한글 배우기

  • 입력 2003년 9월 8일 17시 08분


MBC ‘문맹탈출’에서 개그맨 이윤석(오른쪽)과 김발바라 할머니가 한글 배우기 도중 끝말잇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 MBC

MBC ‘문맹탈출’에서 개그맨 이윤석(오른쪽)과 김발바라 할머니가 한글 배우기 도중 끝말잇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 MBC

농약병에 쓰인 제품 이름조차 읽어내지 못하던 두메산골 할머니가 홀로 상경해 지하철을 타고 서울을 휘젓는다면?

14일 방송되는 MBC 추석특집 휴먼다큐 ‘문맹탈출’(오전 8·50)은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던’ 문맹 할머니들의 좌충우돌 한글 배움기다.

경남 함양 산골의 김발바라 할머니(68)는 가난 때문에 어린 시절 호적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천주교 세례명이 이름이 됐다. 날품팔이와 다섯 동생의 뒷바라지 때문에 글을 배우지 못한 김 할머니는 우여곡절 끝에 단 한 달 만에 한글 깨치기에 성공한다.

동네 초등학교 교사의 개인지도를 받으며 한글을 익히던 김 할머니는 “매일 밤 (한글) 숙제하는 일이 밭일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며 고충을 털어놓는다. 처음엔 자기 이름도 못써 ‘김발라’라고 썼던 할머니는 어느새 척척 자기 이름을 쓸 뿐 아니라 남편 이름인 ‘박점세’까지 평생 처음으로 써본다.

한글배우기에 재미를 붙인 김 할머니는 단어공부를 위해 밤이 되면 할아버지와 불꽃 튀는 끝말잇기 대결을 펼친다. “‘드’로 시작하는 말은?”하고 할머니가 운을 떼자 할아버지는 “드라마”라며 웃는다. 개그맨 이윤석과의 끝말잇기 대결에선 이윤석이 먼저 “유도”라며 말을 꺼내자 할머니는 생각 끝에 “도…도끼”하고 대답한다.

김발바라 할머니는 전남 해남의 한글교실 소식을 접하고 그곳을 찾는다. 동갑내기 극성 할머니인 김상임 할머니를 만나 두 할머니는 결국 받아쓰기 시험을 본다. 두 할머니 모두 10개 문제 중 8개를 제대로 받아 써 성공. 결국 교통안내표지판과 지도에 쓰인 지명을 생전 처음으로 읽을 수 있게 된 두 할머니는 상경해 스스로 지하철을 타고 서울을 여행하는 데 성공한다.

연출을 맡은 예능국 박석원 PD는 “시골 농촌에서 만난 65세 이상 노인의 절반은 이름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실질적인 문맹”이라며 “특히 문맹 할머니들은 남녀 차별 역사의 피해자라는 사실이 제대로 인식됐으면 한다”고 말했다.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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