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짝짓기 프로, 만남은 없고 자극적 쇼-말장난 뿐”

  • 입력 2003년 9월 14일 17시 33분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짝짓기 프로그램인 MBC ‘강호동의 천생연분’(위)과 KBS2 ‘장미의 전쟁’.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짝짓기 프로그램인 MBC ‘강호동의 천생연분’(위)과 KBS2 ‘장미의 전쟁’.
1970년대 TBC ‘청춘 행진곡’을 시작으로 90년대 MBC ‘사랑의 스튜디오’ 등 ‘TV 짝짓기 프로그램’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이성간의 공개적 만남을 주로 주선해왔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각 방송사들은 보다 자극적인 ‘연예인 짝짓기’에 나서는 경향을 드러내왔다.

시청자단체인 ‘미디어세상 열린 사람들’이 14일 8월 한 달간 KBS2 ‘장미의 전쟁’(토 오후 6·00)과 MBC ‘강호동의 천생연분’(토 오후 6·05) 등 연예인 짝짓기 프로그램을 모니터한 결과 이들 프로그램들은 이성간의 솔직한 만남보다 ‘연예인들끼리 벌이는 자극적 게임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연예인 짝짓기 프로그램’들이 여성은 외모, 남성은 육체적 힘 등 남녀의 선택 기준을 정형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천생연분’에서 여성은 섹시한 춤을 춰야 인기가 있고, 남자는 ‘팔굽혀펴기’ 등 힘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 또 짝짓기 과정에서 짧은 다리 등 외모를 놀림감으로 삼아 거의 인격 모독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천생연분’에서는 또 가수 신정환과 개그맨 윤정수가 ‘바보 콤비’를 자처해 상대 여성들의 관심 밖으로 일부러 밀려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프로그램의 ‘넌 빠져!’ 코너에서 여성 출연자가 한 남성 출연자에게 “보기만 해도 밥맛이 없다”고 모욕을 주면, 나머지 출연자들이 그 사람을 끌고 나가는 일도 벌어졌다.

출연 연예인 선정 과정도 잡음이 많다. 출연자들은 대부분 새 음반이나 드라마 영화의 홍보를 위해 출연하고 프로그램에서도 이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는 것. ‘연예인과 일반인의 만남’을 내세운 ‘장미의 전쟁’에 출연한 최한희 최하나 남상미 등은 일반인이라기보다 ‘연예 지망생’들로 밝혀졌다.

이 단체 관계자는 “이 프로그램들이 말장난이나 인격 모독으로 왜곡된 이성관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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