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저녁 제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린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 요트경기장 내 야외상영장. 사회를 맡은 영화배우 박중훈의 말에 5000여명이 들어찬 객석이 가볍게 술렁거렸다. 아차 싶었던지 박중훈은 “제가 폐를 끼쳤습니다. 이런 패가망신이 없도록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라고 말해 객석의 웃음을 유도했다.
3시간 뒤 인근 호텔에서 열린 개막파티에서 만난 ‘폐막식’(?) 사회자 박중훈의 변명.
“글쎄, 이런 황당한 일이…. 진행이 늦었다는 주최측의 신호와 2회 때 폐막식 사회를 맡았던 경험이 이상하게 작용한 것 같았어요.”
하지만 박중훈이 자신이 주연한 영화 ‘황산벌’의 개봉(17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만사를 제쳐두고 영화제 사회를 맡아주었기 때문인지 그의 실수를 탓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영화제의 주인은 배우와 관객인데 주인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영화제 ‘단골손님’인 안성기와 강수연을 비롯해 이병헌 문소리 박해일 이정진 장진영 김태우 윤찬 서린 등이 참석했다. 관객들은 배우들이 입장할 때마다 환호와 박수로 맞았다.
개막 파티에서도 배우들의 활약은 돋보였다.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 신인여우상을 수상해 지명도가 높아진 문소리는 외국 기자들의 집중적인 질문을 받았다. 안성기는 행사장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같이 찍자는 팬들의 요청에도 싫은 표정 없이 일일이 포즈를 취해주는 등 영화제의 ‘호스트(주인)’ 역할을 했다.
영화계에는 자신의 일을 제쳐두고 영화제에 참석해 팬 서비스를 하고 주인 역할을 하는 배우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배우도 있다. 특히 톱스타라고 자처하는 일부 배우들은 영화제를 외면하는 이상한 풍토가 있다. 개막식 하루만이라도 배우들이 한국 영화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봉사하는 ‘팬 서비스 데이’로 만들자고 하면 지나친 요구일까.
부산=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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