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비저블’은 전형적인 스웨덴 청소년 영화처럼 시작한다. 자기가 살고 있는 작은 시골마을에 진력이 나 있는, 작가를 지망하는 고등학생인 우리의 주인공 니클라스는 런던 작가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가출하려다 포기한 바로 그날, 그를 밀고자로 착각한 동네 깡패 일당한테 죽도록 얻어맞고 숲에 버려진다.
다음날, 별 생각 없이 학교에 온 그는 자기가 유령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떻게든 범인을 잡고 자기 시체를 찾아야 할 텐데, 어떻게 할 것인가? 그는 남들한테 보이지도 않고 사물을 움직일 수도 없는데 말이다.
영화는 초자연적인 설정을 이용한 흥미로운 스릴러물의 도구를 이용하고 있으며 실제로 이 작품은 스릴러물로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을 구현했다.
앞서 ‘사랑과 영혼’의 영향력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그건 잊으시기 바란다. ‘인비저블’은 자기만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고 그 아이디어를 어떻게 독자적으로 구현할지도 알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니클라스가 주변사람들과 사물에 반응하는 방식이다.
하긴 유령이 원수를 갚으려 한다는 설정을 공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랑과 영혼’의 아류작으로 몰고 가는 건 무책임한 일반론이리라.
이 영화에서 정말로 흥미로운 부분은 장르 공식 밖에서 발견된다. 범인을 잡고 시체를 찾으려는 니클라스의 단순한 모험은 투명인간의 위치에서 그를 살해한 안넬리와 친구 페터의 삶에 참견하면서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그가 이들에 대해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단순한 흑백 대립으로 시작되는 듯하던 이야기는 서서히 선악의 경계를 잃는다. 그 순간부터 영화의 유령 이야기는 복수와 사건 해결의 장르 공식을 넘어 스웨덴 청소년들의 어두운 삶을 조명하는 도구로 전환된다.
‘인비저블’은 어둡고 우울한 영화지만 어느 정도 소통의 여지를 남겨놓는 영화다. 이것만으로는 끌리지 않는다면 이 영화의 장르적 재미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점을 지적해두어도 좋을 듯하다.
듀나/ 영화평론가 djuna01@hanmail.net(주간동아 405호)
Tips-인비저블
이 영화의 감독 조엘 버그발과 사이몬 산퀴스는 1973년생 동갑내기이자 고교동창으로 이미 20대에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된 ‘빅터’를 만들어 스웨덴 영화의 기수가 되었다. 이들은 각본, 촬영, 감독을 모두 직접 맡아 테크니션 겸 연출가로서의 실력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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