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김정권. 주연 유지태 김하늘. 1979년과 2000년을 살고 있는 젊은 남녀가 무선 통신을 통해 시공을 초월한 사랑을 나눈다는 내용을 그린 멜로 영화. 쉽게 예측되는 결말이 아쉽지만 감성적인 연출력이 돋보인다.
대학교 79학번 영문과 학생 소은은 우연히 고물 무선기를 발견해 집으로 가져 온다. 어느 날 밤 소은은 무선기를 통해 같은 대학에 다니는 인과 대화를 나눈 뒤 다음 날 만나기로 약속한다.
그러나 약속시간 장소에 도착한 두 사람은 서로를 만나지 못한다. 인은 만나기로 했던 시계탑 앞에서 비를 맞으며 소은을 기다리다 돌아와 화를 내지만 분명 멀쩡하게 작동했던 무선기는 전원조차 꽂혀 있지 않았다.
두 사람은 21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교신하고 있었던 것. 처음에는 둘 다 믿기 힘들어 했지만 점차 상황을 받아들인다. 인은 신문 기사를 뒤적여 소은에게 박정희 대통령의 암살 등 여러 가지 일을 미리 알려준다.소은에게는 짝사랑하는 선배가 있고, 인에게도 여자친구가 있다. 그러나 목소리만으로 대화를 나눠온 두 사람 사이에는 어느새 묘한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2000년 작. ★★★☆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덤 앤 더머’ ‘킹핀’의 패럴리 형제가 연출을 맡은 코미디. 주연 카메론 디아즈, 맷 딜런, 벤 스틸러. 평범한 남자 테드는 다른 일에선 행운의 주인공이 된 적이 없지만 사랑에 있어서만은 한 번의 행운을 경험했다. 17세 때 모든 남자들의 이상형이었던 메리라는 여자와 졸업 파티에 참석한 것. 하지만 테드의 로맨스는 불행하게도 엉뚱한 해프닝이 생겨 무산된다.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도 테드는 메리를 잊지 못한다. 원제 ‘There’s Something About Mary.’ ★★
◆유리를 통해 어렴풋이
감독 잉그마르 베르히만. 주연 군나르 비에른스트란드, 막스 폰 시도우, 해리엇 안데르손. ‘겨울 빛’ ‘침묵’으로 이어지는 베르히만의 ‘신앙 3부작’ 중 첫 작품. 가족의 붕괴를 통해 신과 믿음의 문제를 탐색하고 있다. 심한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카린은 정신병원에서 퇴원해 가족들과 섬에서 시간을 보내며 병을 치료하려고 한다. 하지만 작가인 아버지 데이빗과 남편 마틴 등 가족들은 카린을 외면한 채 자신의 일에만 몰두한다. 원제 ‘Through a Glass Dark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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