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홍련’(2003) ‘조용한 가족’(1998)을 연출한 김지운 감독의 2000년 작. 어눌하고 소심한 은행원 임대호(송강호)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상사의 헤드락에 걸려 깨지는 신세다. 어느 날 찾아간 체육관에서 반칙왕 울트라 타이거 마스크의 사진을 보고 흥분한 그는 관장에게 레슬링을 배우겠다고 선언한다. 장관장의 딸 민영(장진영)의 교육을 받으며 임대호는 달라지기 시작한다. 그는 가슴 속의 응어리를 의자공격과 할퀴기, 눈찌르기, 콧구멍 찌르기, 급소 공격 등 반칙으로 해소하는 반칙왕이 된다. 드디어 반칙왕은 최고의 레슬러 유비호(김수로)와 한판 혈전을 벌인다. 70년대 향수를 자극하며 프로레슬링 반짝 붐을 일으킨 영화. 평범한 샐러리맨이 프로레슬링으로 자학하면서 자신을 찾아가는 코믹한 모습에서 현대인의 피로와 무력감, 그 속에서 불타오르는 영웅심이 쓸쓸하게 배어나온다. 여러 각도에서 찍은 앵글과 비장미를 강조한 슬로우 모션, 현장감을 강조하는 핸드헬드 촬영기법 등 영상도 볼거리. ★★★☆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졸업
원제 ‘The Pallbearer’는 장례식에서 관을 들어주는 사람이란 뜻. 건축가의 꿈을 가진 톰(데이비드 쉬머)은 회사들을 전전하며 취업면접을 보는 신세다. 학창시절 첫 사랑인 줄리(귀네스 팰트로우)와 재회한 뒤 그에겐 삶의 의욕이 되살아난다. 그런데 어느 날 잘 알지도 못하는 옛 동창 빌의 장례식에서 참석한 뒤 빌의 매력적인 어머니(바바라 허쉬)와 애인관계로 발전한다. 주연을 맡은 데이비드 쉬머는 인기 시트콤 ‘프렌즈’에서 로스 역을 맡은 TV 스타. 1996년 작. ★★☆
◆질리안의 37번째 생일에
‘사랑과 영혼’처럼 죽음을 넘어서는 사랑을 다룬 멜로드라마. 대학 교수 데이빗(피터 갤러거)은 사랑하는 아내 질리언(미셀 파이퍼)과 가끔 달빛 아래서 얘기하거나 바닷가를 거닌다. 그러나 사실 질리언은 2년 전 요트 사고로 죽었다. 데이빗은 아내에 대한 기억을 지우지 못한 상태. 질리언의 37번째 생일에 방문한 질리언의 언니 에스더는 데이빗의 증세에 불안해하며 데이빗의 딸 레이첼(클레어 데인즈)의 양육권에 관한 소송을 제기하려 한다. 1996년 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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