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너럴리스트 vs 스페셜리스트
장금은 테크닉에 앞서 재료를 직접 수렵 또는 채집하는 과정에서 재료 자체에 대한 호기심을 갖는다. 토끼를 잡은 장금은 아버지에게 묻는다. “토끼는 왜 걷지 못하고 뛰기만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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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금의 어머니는 요리를 ‘혀’가 아닌 ‘인간’ 자체에 대한 관심과 사랑의 일환으로 보라고 요구한다. 이는 “(어머니는) 아랫배가 차지 않은지, 목은 아프지 않은지, 꼬치꼬치 물으시고는 찬물이나 따뜻한 물을 주기도 하셨다”란 장금의 말에서 드러난다.
이 과정에서 사고의 유연성이 강해진다. 임금의 밤참인 타락죽(우유죽)을 한 나인이 실수로 엎어버리자 장금의 요리스승인 한 상궁은 남은 음식재료인 생강과 연근을 이용해 생강 녹말로 만든 다식(茶食)으로 오리모양 그릇을 만들고 그 안에 연근응이를 넣은 ‘대체재’로 임금의 ‘눈’을 즐겁게 한다.
반면 금영은 ‘정량’과 ‘매뉴얼’에 주의를 쏟는다. 금영의 요리스승인 최 상궁은 “음식이란 어떻게 양념을 정확하게 집어넣어 조화를 이루느냐가 결정하는 게야. 끊임없는 훈련으로 눈을 감고도 정확한 양(소금)을 집어넣어야 한다”고 말한다.
○체험식 vs 주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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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상궁은 장금에게 많은 경험을 시키며 스스로 답을 찾도록 한다. 첫 과제는 “물을 떠오라”는 것. 장금은 찬물이나 뜨거운 물을 떠온다. 결국 한 상궁이 목이 아프다는 사실을 알고 따뜻한 물에 소금을 조금 넣음으로써 ‘통과’한다. 한 상궁은 “물도 음식이다. 음식을 하기 전 먹을 사람의 몸 상태를 생각하는 마음, 그게 요리임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교육목적을 밝힌다.
한 상궁은 100일 동안 100가지 나물들을 뜯어올 것을 지시하는 한편 같은 나물을 생으로, 삶아, 말려, 튀겨, 볶아 먹어보게 함으로써 ‘원 소스 멀티 유스’(One Source Multi Use)의 테크닉을 체득하게 한다.
그러나 장금은 체험이 풍부한 대신 체계화된 지식이 부족한 약점이 있다. “죽순채를 먹어보고 양념재료를 말해보라”는 요구에 장금은 홍시가 함유됐음을 알아 맞추나 그 까닭에 대해서는 “그냥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생각한 것”이라며 얼버무린다. 반면 금영은 “다진 파와 다진 마늘 맛이 나는 것이 분명 고기와 표고버섯을 따로 볶은 듯하다”며 표현의 구체성과 사고의 논리성을 갖춰 ‘프리젠테이션’한다. 요리스승이자 고모인 최 상궁과의 모의 질의-응답 시험으로 다져진 금영은 ‘출제의도를 간파’하며 문제의 핵심을 꿰뚫는 ‘고득점 전략’을 구사한다.
○ 전문가 평가는…
장금으로 대표되는 ‘자기 주도적 학습’은 지식을 즉흥적으로 재구성하는 등 상황대처 능력을 함양시켜준다. 그러나 인성(人性) 중심의 이 교육법이 학력 저하로 이어졌다는 진단과 함께 최근엔 금영이 상징하는 지식주입 위주의 ‘직접 교수법’이 대두되는 추세다. 교사와 학습자 간의 잦은 소통과 반복학습으로 효율을 높이는 이 방법은 수학이나 언어 등 기초지식 뿐 아니라 고차원적인 이해능력을 얻는 데에 효과적이란 평가가 있다.
‘대장금’에서 자문을 맡고 있는 궁중음식연구원 한복려 원장은 “장금은 응용력이 뛰어나 이것저것 해 보지만 시행착오가 잦고 비용이 많이 들어 바쁜 현대에 이 방식이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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