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KBS 수신료 분리안 국회제출

  • 입력 2003년 10월 26일 19시 09분


한나라당이 24일 현행 전기요금에 통합 고지되는 KBS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 제출함에 따라 KBS 수신료 징수 방안을 놓고 첨예한 공방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측은 법안 상정 배경에 대해 “KBS가 한국전력에 위탁해 수신료를 전기료와 함께 통합 징수함에 따라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은 물론, 이 방송을 시청하지 않아도 시청료를 강제 납부하는 불합리성을 없애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KBS측은 24일 밤 9시뉴스를 통해 “한나라당의 방송법 개정안은 총선을 앞두고 거대야당이 방송을 장악하려는 음모를 드러낸 초헌법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이 ‘수신료 분리징수 법안’을 내놓은 것은 공영방송으로서 KBS의 ‘정치적 편향성’ 논란 때문이다. KBS는 정연주(鄭淵珠) 사장 취임 이후 ‘한국사회를 말한다’ 등 이른바 개혁성 프로그램으로 편향성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방송위로부터 권고조치를 받기도 했다.

▽KBS 수신료의 역사=1981년 컬러TV 방송 시작과 함께 월 2500원으로 책정된 후 23년 동안 변동이 없다. 수신료는 83년부터 행정기관에 위탁돼 상·하수도 요금 등과 함께 통합공과금 형태로 징수되다가 94년 10월 한전의 전기요금에 통합 징수됐다. 이때 KBS1 TV의 광고는 전면 폐지됐다. 수신료 징수율이 53%에서 90%대로 높아졌기 때문이었다.

현재 일반 주택(가정용)의 경우, 매달 50kW 이상의 전기를 쓰면 2500원의 수신료를 징수 당한다. 방송위가 2월 전국 4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5%가 ‘난시청 상태’라고 응답했다. 이들은 대부분 케이블, 위성 등 유료TV를 통해 KBS를 시청하고 있어 ‘수신료 이중 납부’에 대한 원성도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2년도 기준 KBS 예산 1조2200억원 중 수신료 수입은 4800억원, 광고수입 6900억원, 기타 500억원이다. 수신료가 전기료와 분리 징수되면 수신료 징수율이 크게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KBS1 TV 광고재개, KBS 2TV 민영화 등 방송계의 전면적 구조개편 논의까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사례=각국의 공영방송 수신료를 보면 영국 BBC는 월 2만원, 일본 NHK는 월 1만4000원, 프랑스 TF1은 월 1만3000원 수준. 영국, 일본의 경우 일반 세금이나 전기요금 등과 통합징수하지 않고 분리 징수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수신료 미납비율은 BBC 7%, NHK는 10% 정도에 그친다. 이는 수준 높고 공정한 프로그램으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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