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 인사이드]거시기를 영어로 뭐라하지?

  • 입력 2003년 10월 28일 17시 31분


“통하였느냐?”

이는 26일 전국 관객 300만 명 이상과 ‘통한’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가 만들어낸 유행어. 극중 윤중원(이찬영)이 조원(배용준)에게 자신의 형수 숙부인(전도연)과의 관계를 따지는 대목에서 나온다. 성적인 암시가 담긴 이 말은 영화의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전달하며 삽시간에 유행어가 됐다. 영화 홈페이지의 메인 카피는 “아직도 못 통하셨소?”

현재 이 작품은 외국인 관객을 겨냥해 서울 명동 CGV에서 매일 오후 7시 영문 자막으로 상영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대사는 영어로 어떻게 옮겨졌을까?

“Did you lay with my sister-in-law?”

이 작품의 영문 번역을 담당한 ‘C&A 커뮤니케이션’ 강윤주 차장(35)은 “‘make love with’ 등의 표현도 거론됐지만 외국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lay with’로 결정했다”며 “영화의 이중적이면서도 고풍스러운 대사의 맛을 살렸다”고 말했다.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황산벌’도 영문 번역이 쉽지 않았다. 이 작품은 다음달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필름마켓 참가 등 해외진출을 노리고 있는데 문제는 ‘거시기’의 번역.

“마, 계백이가 한 말 중에는 총 네 번의 거시기와 한번의 머시기가 쓰였는데….”

김유신(정진영)과 암호해독관의 대화. 이 대목은 “He said a total 4 times coded it, and once that…”로 옮겨졌다. 거시기는 ‘it’, 머시기는 ‘that’이 사용됐다.

이 작품을 옮긴 전문번역가 이진영씨(38)는 “거시기는 상황적으로 뜻을 전달할 수 있으면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it’이 주로 사용됐다”면서 “사투리가 많이 나오는 데다 역사물이기 때문에 번역이 매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대목에서 계백이 “니 이름이 뭐시여?”라고 묻자 거시기는 “그냥 거시기로 알아두쇼”라고 말한다. 거시기의 대답은 “Just call me, ‘no-name’.”으로 번역됐다. 60여 편의 영화를 번역한 이씨도 “사투리의 맛과 이 장면의 거시기는 살릴 수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여기서 불쑥 떠오른 엉뚱한 질문 하나. 그럼 “거시기와 통하였느냐”는 어떻게 옮겨야 할까?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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