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유명 감독들의 몸값이 인기배우들 못지않게 치솟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반지의 제왕’ 3부작을 만든 피터 잭슨 감독이 유니버설과 ‘킹콩’ 리메이크작을 연출하기로 계약하면서 할리우드의 이른바 ‘20/20 클럽’의 멤버가 됐다는 것. ‘20/20 클럽’이란 고정 개런티 2000만 달러(약 237억원), 러닝 개런티로 전체 수입의 20%를 챙기는 할리우드 최고의 엘리트 그룹을 가리키는 말. 현재 멜 깁슨, 해리슨 포드 등이 작품 당 2500만 달러를 받고 있다.
이로써 잭슨 감독은 동료 감독들을 제치고 할리우드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감독으로 뛰어올랐다. 그가 만든 ‘반지의 제왕’ 1, 2부작이 전 세계적으로 18억 달러의 천문학적 수입을 기록했으며 3부작은 오는 12월 개봉될 예정.
한 영화사의 간부는 잭슨 감독의 계약소식을 듣고 “지금까지 어떤 감독도 한 영화로 1200만 달러 이상을 받은 적이 없다. 믿기 힘든 결과이며 미친 짓”이라고 말할 정도. 이에 대해 잭슨 감독의 에이전트인 켄 케민스는 “킹콩의 계약은 잭슨 감독, 그의 아내이자 프로듀서 프랜 월쉬, 공동 프로듀서인 필리파 보이언스 등 3명이 팀으로 맺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잭슨은 1억5000만 달러의 제작예산을 초과할 경우 자신이 경비를 대며 3년의 제작기간 중 다른 영화를 연출해서는 안 된다는 계약 조건에도 동의했다. 영화의 특성도 고려됐다. 이 영화의 스타는 ‘킹콩’이라는 제목과,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스토리다. 따라서 배우가 아니라 감독의 역량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할리우드의 프로듀서 조르지 사라레귀는 “나날이 발전하는 제작기술과 특수효과가 스타를 대체하는 효과를 거두면서 감독들이 돈을 거머쥐고 있다”고 말했다. 관객들의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그들을 만족시키는 것도 쉽지 않은 일. 프로듀서와 감독들은 더 많은 돈을 들여 특수효과로 만들어낸 거대한 괴물을 다루는데 관심을 쏟고 있다.
그렇다면 유명 감독들은 얼마나 받을까. ‘포레스트 검프’와 ‘백 투 더 퓨처’를 감독한 로버트 저메키스는 1000만 달러 이상의 개런티에 총 수입의 10%를 받는 감독들 중의 한 사람. 톰 행크스가 주연을 맡은 차기작 ‘폴라 익스프레스’에서는 총 수입의 15%까지 받기로 계약했다. 이 정도 연출료를 챙기려면 전 세계적으로 8억 내지 9억 달러의 수입을 거두는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감독은 흔치 않다.
그럼에도 앞으로 몸값이 오를 감독들은 줄을 잇고 있다. ‘식스 센스’ ‘사인’의 나이트 샤말란 감독,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에 특수효과까지 담당하는 워쇼스키 형제, ‘해리 포터’의 감독인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 등이 그들이다.
영화사들은 스타에 이어, 프로듀서와 감독까지 총 수입을 나눠가질 경우 제작비에 부담을 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디즈니의 프로덕션 부문 니나 자콥슨 사장은 “적절한 예산으로 흥미로운 영화를 만드는 일 자체가 매우 힘들어졌다. 앞으로 제작상황은 더 힘들어질 것이며 그런 상황은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고 탄식했다.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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