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현상을 떠올리는 동안 우린 1999년 ‘매트릭스’ 1편이 나온 이래 이 영화가 얼마나 세상을 바꾸어놓았는지 알게 된다. ‘매트릭스’는 할리우드에 와이어 액션이 얼마나 ‘쿨’한지 소개했고 이 영화의 무술감독인 위안허핑(袁和平)은 할리우드 액션 영화라는 어휘 자체를 개조했다. ‘매트릭스’는 SF 문학계에서는 벌써 오래 전에 전성기를 넘긴 사이버펑크물이라는 장르를 뒤늦게나마 할리우드에 도입해 새로운 기회를 주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이 영화에 영향을 준 수많은 일본 애니메이션과 홍콩 무술영화들이 세계 시장에 재소개되기도 했다.
그래놨으니 워쇼스키 형제가 올해 보여준 ‘매트릭스 2-리로디드’와 ‘매트릭스 3-레볼루션’을 본 관객들이 어딘지 맥이 빠진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그건 너무나 당연하다. 만약 특정 영화가 오락영화의 스타일 하나를 통째로 창조했다면 더 이상 그 영화의 개성은 ‘개성’이 아니다. 그것은 장르다. 자기 쇄신 없이 계속 같은 스타일과 같은 방식을 고수하면 그건 자기 패러디가 된다.
아마도 그게 걱정되어서였는지, ‘매트릭스 3-레볼루션’은 앞의 두 편이 구축한 사이버 스페이스의 세계에서 벗어난다. 이 영화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벌어지는 쿨한 위안허핑식 액션이 아니라 실제 세계인 시온에서 벌어지는 기계와 인간들의 전쟁이다. 로마병사들을 연상시키는 인간형 전투기계들이 인공지능 괴물 센티넬과 벌이는 전투를 담은 장면은 적어도 스케일만은 엄청나다. 아마 고전 SF 팬들이라면 이런 복고적인 피투성이 폭력이 ‘매트릭스’식 액션보다 더 맘에 들 것이다. 너무 길어 오히려 단조로운 구석이 있기는 하지만.
액션은 그렇다고 치자. 그러나 ‘매트릭스 2-리로디드’에서 제시된 수많은 질문들은 어떻게 되는가? 네오와 트리니티의 미래는?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가? ‘매트릭스 3-레볼루션’은 이 모든 질문들에 만족스러운 해답을 제시해줄 수 있을까?
그건 관객들이 어떤 것을 기대하고 어떤 것을 상상하는가에 따라 다르다. 2편이 그랬던 것처럼 이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평가는 그에 따라 엇갈릴 것이다. 필자의 의견을 말하라고 한다면, ‘매트릭스 3-레볼루션’의 결론은 지난 몇 년 동안 그들이 허풍 떨고 허세 부리며 결론 내리는 것을 미루어왔던 것을 커버할 정도로 거창하거나 깊이 있지는 못하다는 쪽이다. 아마 ‘매트릭스3-레볼루션’의 가장 큰 업적(?)은 내용과는 별개로 결국 어떻게든 이 시리즈를 끝내놨다-마무리 지었다-는 것일 것이다.
듀나 영화평론가 djuna01@hanmail.net (주간동아 4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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