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사람들이 주인공의 마음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체하는 기발한 설정은 영화 ‘트루먼 쇼’를 연상시킨다. ‘트루먼 쇼’가 세상의 끝을 향한 트루먼의 바깥 세계로의 항해를 통해 실존을 부각시키는 데 반해, ‘사토라레’는 췌장암 말기인 할머니에 대한 사토미의 눈물겨운 사랑이라는 사적이고 내밀한 행위로 실존적 고민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 기발하고 코믹하면서도 감동적인 드라마는 관객에게 ‘행복의 아이러니’란 화두를 던진다. 사람들은 사토미를 소외시키며 ‘저 여자 다리가 멋지다’는 생각까지 남김없이 읽는 관음증적 상황을 만끽하지만, 정작 불행한 것은 사토미가 밥을 다 먹고 ‘맛있다’ 또는 ‘맛없다’고 ‘생각’할 때까지 점심 메뉴조차 결정하지 못하는 그들 자신이다.
‘미안해. 할머니’하는 사토미의 마음의 울림이 돌덩이같던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는 대목에선 우리 모두가 주저없이 자신의 마음을 내보이는 사토라레가 되고 싶은 욕망도 생겨남직하다. 주제를 거푸 강조하는 마지막 부분의 ‘잔소리’는 옥의 티.
‘춤추는 대수사선’ 1, 2편을 만든 모토히로 카츠유키 감독이 동명의 만화(국내에는 ‘돌연변이’란 제목으로 출간)를 영화했다. 한국 배우 원빈을 연상시키는 사토미 역의 안도 마사노부는 무표정이 일품이다. 21일 개봉. 전체 관람 가.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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