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우=저는 ‘상우씨’라고 불러요.
▽권상우=뭐라고 불러야 할지…. 대강 얼버무리면서 한 번도 안 부른 것 같아요.
▽최=저는 ‘오빠’라는 말이 입에 딱 붙거든요. 이번엔 ‘실장님’이 아니에요. (진지하게) ‘아름다운 날들’(SBS·2001년)에서 상대역 이병헌씨를 ‘실장님’이라고 부를 때 ‘실땅님’처럼 들린다고 놀림을 당해 상처도 받았어요. 그 뒤 개그맨들이 그걸 흉내내는 걸 보면 ‘한 대 때려줬으면’ 하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권=전 성격이 급해서 말이 빨라요. 발음이 어눌해지는 건 그 때문이죠. 찍을 때 긴장을 풀어야 하는데….
두 사람 모두 대사의 발음 문제를 지적받아 동병상련(同病相憐)을 느꼈기 때문일까. 그렇지만 두 사람은 “그런 점이 바로 매력”이라며 서로 추켜세웠다. 권상우는 금세 ‘지우씨’에 익숙해진 듯 자주 ‘지우씨’라고 불렀고, 최지우의 웃음도 커졌다.
▽권=지금까지 촬영한 이 드라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지하철 장면’이에요.
▽최=아…. 서로 친한 척하며 찍은 그거? (웃음)
▽권=지하철에서 지우씨를 오랜만에 목격하고 놓칠까봐 쫓아가는 부분이었잖아요. 처음으로 같이 찍는 장면에서 뺨 부비고 ‘닭살 연기’를 하니까 어우, 어색하더라고요. 뛰어가는 걸 반복하느라 발바닥도 까졌어요. 하지만 그래도 좋아요, 이번 드라마가 제 대표작이 될 수 있다면. 데뷔한 지 3년인데 ‘대표적 드라마’가 아직 없거든요.
▽최=제 대표작은…. 참 여기서 말 잘 해야 되요. 여러 감독님들이 섭섭해 할지 모르니까…. 하지만 시키는 대로만 하다가 연기가 뭔지 조금 이해하게 된 것은 ‘아름다운 날들’과 ‘겨울연가’(KBS2·2002년)부터예요.
▽권=지우씨는 ‘첫사랑’(KBS2·97년) 이후 모든 작품이 잘 돼 이번 드라마가 특별하진 않을텐데.
▽최=어머어머. 흔히 그러잖아요, 영화는 평생 남지만 드라마는 잊혀진다고. 그런데 요즘은 아니에요. ‘겨울연가’만 봐∼도.
▽권=저 어제 ‘겨울연가’ 봤어요! 산에 올라가서 배용준이 “우리 결혼하자”고 하는 장면.
▽최=케이블TV 재방송으로요? 이젠 DVD도 나오고 수출도 되니까 ‘드라마는 더 이상 한번 지나가고 마는 것’이 아니에요. 그래서 더 부담되죠. 연기력이 나아졌다는 말도 꼭 듣고 싶어요.
권상우는 “최지우의 결혼관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 말에 최지우는 “제가 결혼할 나이가 됐나요?”라고 시치미를 떼다가 “길가다 귀여운 아이를 보면 저도 빨리 아이를 낳고 싶지만 결혼 전 연애는 오래 안 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권상우는 “나도 아이를 너무 좋아해 빨리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다. ▽권=(내가 주연한)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내년 초 개봉 예정) 꼭 보세요. 1978년을 배경으로 이소룡처럼 되고 싶어 하는 고교생 역인데, 쌍절곤을 배우는 게 무지 재미있었어요.
▽최=전 9월 말부터 45일간 한중일 합작드라마 ‘101번째 프러포즈’를 상하이에서 찍으면서 중국어를 좀 배웠어요.
▽권=한 마디 해보시죠.
▽최=워 피아오량 마?(최지우는 양손으로 빨개진 얼굴을 가리고 작은 소리로) ‘나 이뻐?’란 뜻이에요.
▽권=지우씨 예쁘잖아요, 키도 크고(최지우의 키는 1m73).
▽최=상우씨는 몸매가 좋잖아요.
▽권=(쑥스럽게) 예. (당당하게) 그런데 몸에 대한 관심은 자랑스럽다면 자랑스러워요. ‘말죽거리’도 이런 몸이 아니었으면 못했을 걸요.
▽최=감독님한데 “상우씨가 너무 멋있게 나오는데요”라고 했어요. 남자가 너무 멋있으면 제가 여성 팬들한테 욕을 많이 먹거든요. 그게 벌써 걱정이에요.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