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실직 회계사인 설리번(제레미 노덤)은 삶의 탈출구를 찾던 중 다국적 하이테크 기업 디지콥의 산업스파이가 된다. 첫 임무수행을 위해 위조 ID를 받은 설리번은 다른 사람이 된다는 사실에 희열을 느낀다. 그는 디지콥사의 지시에 따라 각종 회의에 참석해 스파이 역할을 한다.
영화는 얼핏 보면 거대한 다국적 기업의 경쟁과 그들의 덫에 걸린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나탈리 감독은 여기에 인간의 기억에 관한 문제를 덧칠함으로써 관객과 본격적인 게임을 시작한다.
어느 날 설리번은 바에서 정체불명의 여인 리타(루시 리우)를 만나 끌린다. 하지만 그녀는 디지콥이 그에게 세뇌용 약을 쓰고 있고 결국 자아를 잃게 된다는 경고를 남기고 떠난다. 설리번의 기억은 복잡한 미로에 빠진 것처럼 꼬이고 누가 나의 적이고, 나를 돕는 것인지 심지어 ‘나는 누구인가’ 조차도 모호해진다.
영화의 매력은 여기까지다. 나탈리 감독은 이 작품에서는 ‘큐브’에서 보여줬던 정교함의 기억을 잃어버린 듯하다. 결론은 불충분한 복선과 비약으로 다소 허탈해진다. 2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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