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숭한 조선 자객들이 청나라 자객한테 살해당한 처녀귀신의 한을 풀어주려다 엉뚱한 사건에 말려든다는 내용의 이 영화는 ‘천녀유혼’과 ‘취화선’, 심지어 ‘스타워즈’ ‘블레이드’ 등의 패러디와 엽기적 욕설, 더러운 화장실 유머를 더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중반에 주인공 김민종의 여동생 달래(10·고주현 분)가 청나라 자객이 쏜 화살에 가슴이 관통되면서 죽는 장면이 갑자기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민족주의적 비극으로 바뀐다. 각종 더러운 배설물 에피소드에 이어 촛불시위를 연상시키는 횃불시위 장면이 등장하고, 섹시한 처녀귀신들과 함께 달래의 영혼이 구천을 떠도는 장면이 나오면서 관객들은 감정상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색즉시공’, ‘두사부일체’ 등 비평가들의 악평에도 불구하고 흥행에서 대성공을 거둔 두 편으로 흥행감독으로 우뚝 선 윤제균 감독은 “‘천녀유혼’ 같은 영화를 구상하다, 효순이와 미선이의 죽음을 접하고 내가 느낀 바를 이야기하고 싶었다”면서 “그러나 직접적으로 사회문제를 거론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표현 수위를 낮췄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영화사측은 윤감독이 대학 때 겪은 일을 ‘색즉시공’의 주제로 삼았고, 사학재단 S고 재단비리를 풍자해 ‘두사부일체’에 담는 등 현실을 반영하려는 시도를 계속해왔다고 밝히고 있으나, 그 표현방식의 옳고 그름과 패러디의 효과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극단적으로 맞서고 있다.
김민경 주간동아 기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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