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난 패장… 더 좋은 작품으로” …김재형 PD

  • 입력 2003년 12월 9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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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월화드라마 ‘왕의 여자’ 김재형 PD는 “작품을 몇 회에서 끝내게 되든 내 양심을 걸고 최선을 다해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영대기자
SBS 월화드라마 ‘왕의 여자’ 김재형 PD는 “작품을 몇 회에서 끝내게 되든 내 양심을 걸고 최선을 다해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영대기자
“‘사극 인생’ 40년 만에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 패장은 유구무언(有口無言)입니다.”

한국 최초의 TV 사극인 KBS ‘국토만리’(1962년)에서 시작해 KBS1 ‘용의 눈물’ 등 잇따른 히트작을 낳으며 ‘사극의 대부’로 불리는 김재형 PD(67). 그러나 최근 그가 연출하는 SBS ‘왕의 여자’가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던 끝에 ‘80회로 예정됐던 작품이 30회에서 끝날 수 있다’는 조기종영설에 휘말리는 불명예를 안았다.

5일 오후 경기 고양시 SBS탄현제작센터에서 그의 힘찬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갔다. 그는 배우들과 함께 대본을 연습하고 있었다.

“인목대비가 영창대군을 낳는 지금부터가 진짜인데…. 클라이맥스도 못 보여주고 끝낸다면 너무 아쉽지 않습니까.”

‘왕의 여자’ 팬들은 이 작품 홈페이지 게시판에 조기종영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 PD는 최근 딸 경회씨(40·주부)의 도움으로 조기종영을 질타하는 3만여건의 글을 접하고, 시청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에 한숨도 잘 수 없었다고 한다.

“‘나는 프로다. 프로인데 참패했다. 모든 책임을 지는 수밖에 없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외손녀(김소연·11)가 ‘엄마가 할아버지의 드라마를 보고 자랐대요. 저도 할아버지 드라마를 보고 있어요’라고 말하며 나에게 힘을 주더라고.”

오랜 관록의 거장인 그도 시청률의 부담으로부터 자유롭지는 않다.

“시청률 안 나오는 작품이 ‘못난 자식’이 되는 게 안타깝기도 합니다. 후배들한테는 얽매이지 말라고 하지만 나 자신도 시청률을 ‘업보’처럼 여기고 있어요.”

10월 6일 첫 방송한 ‘왕의 여자’는 시청률 정상을 달리고 있는 같은 시간대의 MBC ‘대장금’(연출 이병훈)보다 3주 늦게 시작했다. 김 PD는 이를 시청률 부진의 첫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먼저 시작했으면…”하는 가정에 대해 “그런 말을 하면 내가 치사해진다. 이병훈 PD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는 사극을 고집하는 고마운 후배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 이유는 “사극에 익숙치 않은 배우들이 많아서 5, 6회까지 배우끼리 호흡이 안 맞는 부분도 있었던 듯하다”는 것. ‘사회가 불안한 때 편하게 보기에 내용이 무겁지 않은가’ 하는 질문에 김 PD는 “정치이야기는 개시(박선영)와 광해군(지성)의 사랑이야기와 맞물려 재미와 진지함이 균형을 이룬다”고 대답했다.

“‘왕의 여자’가 해외 교포들 사이에서는 비디오 대여 1위라고 합니다. 주변에서 재미있다는 말도 듣고, 격려하는 전화도 많이 오지요.”

이 말을 하면서 인터뷰 내내 굳었던 그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래서 외롭지만은 않더군요.”

그런 격려는 고마우면서도 부담스럽다. 그는 “이번 작품을 자성의 계기로 삼겠다”며 “연개소문이든 신돈이든, 앞으로 더 좋은 작품으로 시청자들에게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드라마의 조기종영에 반대해온 박선영과 지성 등 출연자들은 9일 오후 2시 SBS 드라마국 관계자들과 만나 최소한 40회 이상 드라마를 방영하기로 합의했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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