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피플]'우아한 푼수' 바로 저예요…'해피 에로…' 김선아

  • 입력 2003년 12월 9일 18시 57분


영화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를 통해 `뜨거운`배우에서 `쿨(cool)`한 배우로 180도 변신한 김선아. 그는 '이번 캐릭터는 내게 `도박`이었지만, 남자들에게 적극적이지 못하고 싸우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점에서는 실제 나랑 똑같다'고 털어놨다. 김동주기자
영화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를 통해 `뜨거운`배우에서 `쿨(cool)`한 배우로 180도 변신한 김선아. 그는 '이번 캐릭터는 내게 `도박`이었지만, 남자들에게 적극적이지 못하고 싸우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점에서는 실제 나랑 똑같다'고 털어놨다. 김동주기자
‘크리스마스→X-마스→엑스마스→섹스마스?’

김선아 차태현 주연의 영화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는 이런 유치한, 그러나 한번쯤 해봤음직한 엉뚱한 상상에서 출발한다.

온천 도시 유성에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벌어지는 형형색색의 러브 스토리들을 엮었다. 이 영화에서 ‘뜨거운’ 김선아의 모습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것이다. 그는 네일 아티스트를 꿈꾸는 소심한 볼링장 직원 허민경으로 180도 변신한다. 조폭 두목 방석두(박영규)와 말단 경찰 성병기(차태현)가 그를 두고 대결한다.

김선아(28)에게 2003년은 최고의 해다. ‘황산벌’(10월 17일 개봉)에서 계백장군의 아내로 단발 출연해 “호랑이는 가죽 땜시 디지고, 사람은 이름 땜시 디지는 거여!”라는 명대사로 관객을 웃기고 또 울렸다. 그 일주일 뒤 개봉한 ‘위대한 유산’에선 컵라면을 먹다 혀를 데이자 단무지를 혓바닥에 붙이는 ‘응급처치’를 일삼는 발칙한 ‘백조’로 변신했다.

어느덧 그에겐 ‘코미디의 여왕’이라는 호칭이 따라붙었다. 지난해 개봉한 ‘몽정기’로부터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까지 과연 김선아는 4연타석 홈런을 날릴 수 있을까.

김선아가 이 영화와 관련된 키워드들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진솔하게 털어놨다. 1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 가.

:유성 온천: 왜 하필 유성이냐고? 이건동 감독(이번 영화로 데뷔)의 고향이란다. 감독은 “난 서울은 어디가 어딘지 모르지만 유성은 구석구석 다 안다”면서 유성을 골랐다고 한다. 나도 온천을 무척 즐기는데 요즘엔 못 간다. 사람들이 하도 이상한 눈으로 쳐다봐서 때를 못 밀겠다. 서로 똑같은 자세로 (때를) 미는데 왜 나만 쳐다보냐고…. 똑같이 (때가) 나와도 다음 날 소문날 것 아니냐. ‘김선아, 쟤 때 많다’고.

:산낙지: ‘위대한 유산’을 찍고 나선 더 부담스럽다. 관객들은 ‘이번엔 더 웃기겠네?’ 기대할 것 아닌가. 이번 영화의 시나리오 제목을 보는 순간 “워워워, 제목이 백만(관객 100만 명은 보장할 것)인데” 하고 외쳤다. 대본 밑에 파란 볼펜으로 경상도 사투리 버전을 따로 써가며 3개월간 연습했다. 다른 배우들과의 조화, 캐릭터의 일관성을 배웠다. 애드리브도 거의 없다. 그나마 몇 개 한 것도 다 잘렸다. (웃음) 예를 들어 술 먹고 토한 다음 날 차태현이 “어젯밤에 산 낙지 드셨나 봐요?”하고 물어올 때 순발력을 발휘해 “아, 아이, 그게 아직 살아있던가요?”하고 맞받아쳤지만 결국 대본 대로 “아, 아니. 그게…”로 갔다.

:싱글: 혼자 살거나, 남자친구랑 잘 안 되거나, 애인한테 차이고 푼수 떠는 캐릭터다. 하지만 늘 해피엔딩이라 좋다. 참. ‘예스터데이’(김선아의 영화 데뷔작·2002년)에선 총 맞아 죽고, ‘황산벌’에선 남편(계백장군)한테 칼 맞아 죽었지….

:크리스마스와 섹스판타지: 여자들은 각종 기념일에 약하다. 남자들은 이걸 노린다. 인생에 있어 특별한 추억을 만들자면서…. 아마 이 영화도 남자들은 ‘이런 영화 보면 (여자가) 자극받지 않을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까지 크리스마스 때 남자친구와 있었던 기억이 없다. 남자는 첫 필름에 확 꽂혀야 한다.

:구토: ‘위대한 유산’에 이어 이 영화에서도 토한다. 내 영화엔 유난히 토하는 장면이 많다. 하지만 난 영화마다 토하는 자세가 틀리다. ‘위대한 유산’의 미영이 적극적으로 토한다면, 이 영화의 민경은 끝까지 참다가 경찰차 앞 시트 뒷주머니에 가지런히 토한다. 감독은 ‘민경의 내면을 보여주는 유일한 장면’이라고 했다. 내 연기가 오버라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 모습에 사람들이 웃는 건 그런 경험을 한번쯤 다 해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박영규 vs 차태현: 박 선생님(박영규) 말리느라 혼났다. 차태현과 나와 삼각관계라는 설정에 ‘업’되셨다. “방석두가 허민경에게 키스를 확 해버리자”고 시나리오 수정을 제안하는 통에 “선생님, 노우, 안돼요, 안돼요”하며 내가 막았다. 박 선생님은 “연기자는 50, 60대가 돼도 순수함을 잃으면 안 된다. 눈빛에 나타난다”고 조언했다. 차태현과는 호흡이 잘 맞았고 재미있었다. 크리스마스 때 와인 한 잔 하기로 했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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