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를 영화의 출발점으로 삼아 최근 크랭크인 한 영화는 ‘효자동 이발사’(감독 임찬상) ‘하류인생’(감독 임권택)이고, 이밖에 ‘대통령의 이발사’가 기획 단계에 있다.
송강호와 문소리가 주연하는 ‘효자동 이발사’는 전북 익산에 5000평 규모의 세트를 지으며 60년대 청와대 앞 효자동 길을 재현했다. 효자동길 오픈세트는 주인공이 운영하는 ‘효자이발관’뿐 아니라 60% 크기로 축소한 100m 길이의 경복궁 담과 전차, 효자동사무소, 대한항공, 목공소, 만두가게, 쌀집, 연탄가게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 모든 것은 사진자료와 당시 이곳에서 살았던 인물들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실제 동네와 같은 모습으로 지어졌다. ‘효자동 이발사’는 60∼70년대 청와대로 가는 큰길에서 벌어진 역사적 사건들이 그 뒷골목에 사는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주는 작품. ‘황산벌’의 강승용 미술감독이 영화 속의 효자동을 재현했다.
임권택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하류인생’은 경기 부천에 1600평 규모로 60년대 명동을 재현한 세트를 완성, 크랭크인에 들어갔다. 정치·사회야 어찌 됐건 오직 살아남는 것이 중요했던 하류인생 최태웅(조승우 분)이 어떻게 한국현대사와 조우하게 되는지를 그린 ‘하류인생’의 세트장에는 일제시대의 잔재가 남아 있었던 그 시절 번화한 명동의 분위기가 그대로 담겨 있다. 미술감독은 ‘취화선’의 미술을 맡았던 주병도씨.
사극과는 달리 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은 그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미술작업이 특히 까다롭다. 이 때문에 두 작품 모두 약 광고 하나에서부터 영화 포스터, 간판 모양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영화가 개봉되면 내용과 상관없이 ‘과거의 재현’을 놓고 미술적 비교가 불가피할 전망이고 관람객들의 ‘옥의 티’ 찾기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김민경 주간동아 기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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