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의 후예’ 송일국(32)은 어렸을 때 어머니인 탤런트 김을동이 일 때문에 항상 바쁘게 사는 모습을 보고 이렇게 결심했다.
그러나 그는 ‘어머니의 아들’이었다. 1997년 어머니와 함께 KBS1 ‘용의 눈물’ 촬영장에 갔다가 탤런트 유동근으로부터 “내가 네 조건이면 배우 하겠다”는 말을 들었다. 이 말을 듣고 그는 가족 몰래 98년 MBC 탤런트 시험에 응시해 합격했다. 그는 이제 “연기 이외의 다른 일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송일국은 17일부터 사흘간 방영되는 MBC 창사특집극 ‘사막의 샘’(극본 선경희·연출 이은규·밤 9·55)에서 주인공 기현으로 출연한다. 이 드라마는 한국 현대사에 큰 생채기로 남아 있는 친일파 청산 문제를 다룬다.
라디오 방송국 악단의 색소폰 연주자인 기현은 미청산된 친일문제로 인해 아직도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를 상징한다. 기현은 친일파 영진(이정길) 때문에 아버지를 잃었고, 사랑하는 이도 영진의 아들에게 빼앗긴다. 이은규 PD는 “친일파에 대한 법적 응징보다 그들로부터 상처받은 사람들의 치유에 대한 이야기”이라고 말했다.
송일국은 지난해 KBS1 ‘인생화보’의 주인공 ‘형식’으로 얼굴을 알린 뒤 KBS2 ‘보디가드’의 보디가드 업체 사장 ‘성수’로 나왔다. KBS2 ‘장희빈’에서는 어머니와 나란히 출연해, 각각 희빈을 몰아내는 김춘택과 희빈의 측근 권 상궁을 연기했다. 그는 “그 드라마에서 어머니가 항상 내 연기를 지켜본다는 게 신경 쓰여 내 능력의 반밖에 발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제가 잘못하면 저만 욕먹는 데서 끝나지 않잖아요. 외할아버지(김두한)와 어머니까지 생각하면 항상 조심스럽습니다.”
그는 내년 1월 4일 첫 방송하는 MBC 일요 아침드라마 ‘물꽃마을 사람들’(극본 이해숙·연출 박복만)의 주인공인 미술교사 ‘성우’로도 나온다.
송일국은 내성적 성격 탓인지 인터뷰 내내 목소리도 작았고 표정도 긴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촬영에 들어가야 한다”며 일어설 때의 얼굴은 어느 때보다 환했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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