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흔 살의 황신혜(사진). 혹시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은 아닐까. 결혼 전 ‘컴퓨터 미인’으로 불렸던 황신혜는 1998년 결혼한 뒤 오히려 더욱 뭇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매력을 더해가고 있다.
황신혜는 MBC ‘위기의 남자’ 이후 1년 6개월만에 MBC ‘천생연분’(수목 9시55분·극본 예랑·연출 최용원 이재원)에서 젊은 연하의 남자를 당당히 꿰차는 노처녀 역할에 도전한다. 이 드라마는 내년 1월 1일 첫 방송된다.
황신혜가 맡은 종희 역은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돈 걱정 없이 자란데다 타고난 미모로 평생 공주처럼 살아온 여자. 36세의 나이에 다섯 살이나 어리고 잘 생긴, 남동생 친구 석구(안재욱)와 결혼한다. 함께 연기하는 안재욱과 실제 나이 차이는 여덟 살.
드라마 속 주인공의 스토리는 황신혜의 실제 생활과 상당부분 겹친다. 황신혜는 세 살 연하의 남편(사업가)과 결혼했으며 여섯 살 된 딸이 있다.
황신혜는 연하남편에 대해 “나이 많은 남자하고 살면 분위기가 점잖은 쪽으로 가겠지만, 연하 남자와 살면 젊은 취향으로 살 수 있어 좋다. 더구나 내가 더 나이 들어 보이면 안 되기 때문에 항상 긴장하며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83년 MBC ‘내 마음의 풍차’로 데뷔한 그는 조각 같은 외모에 비해 연기는 나무토막처럼 딱딱하다는 평을 들었다. 그러나 1986년 MBC ‘첫사랑’과 1987년 배창호 감독의 영화 ‘기쁜 우리 젊은 날’에서 주목받았고, 1990년 MBC ‘열방 각하’에서 졸부를 유혹하는 카페 여주인으로 나와 미모에 갇혔던 자신의 연기 세계를 넓혔다.
1996년 기혼남녀의 불륜을 아름답게 그린 MBC ‘애인’에서 그는 가장 매력적인 유부녀 상을 보여주며 미시 열풍을 이끌었다. 이후 SBS ‘사랑의 전설’(2000년), MBC ‘위기의 남자’(2002년) 등에서 계속 기혼 여성의 로맨스를 표현해왔다.
‘천생연분’에서 황신혜는 천방지축으로 덜렁대는 유부녀 역할로 연기변신을 시도한다. 연하 남편 안재욱이 바람을 피우는 것에 맞서 홈쇼핑 케이블TV 사장인 40대 독신남 강승완(유열)과 코믹 발랄한 맞바람을 피우기도 한다.
황신혜에게 드라마에서처럼 결혼 이후의 사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누구에게나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잖아요. 마치 ‘교통사고’처럼요. 누구나 꿈꾸는 일이기도 하고. 그러나 연기하는데도 이렇게 힘든데 실제 그런 일이 닥친다면 죽을 만큼 힘들 것 같아요.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면요? 아마 반쯤 죽여 놓을걸요.”(웃음)
여배우 중 이미숙 김희애 황신혜는 결혼한 뒤 연기가 더욱 빛난다. 그러나 다른 여배우들이 억압된 현실 속에서 고민하는 캐릭터인데 비해 황신혜는 여성들의 욕망과 꿈을 대변하는 판타지의 여인이다.
황신혜는 “결혼과 출산을 겪으면서 더 부지런하고 예뻐지려고 노력한다”며 “배우로서가 아니라 여자로서 내 자신을 추스르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때 누드 사진을 찍어보고 싶어 일본에 갈 때마다 누드집을 사 모은 적이 있어요. 작품성 있는 영화가 있다면 앞으로 과감한 노출신도 찍고 싶어요.”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한국 미인史는 황신혜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황신혜는 한국 사회에서 미인 개념의 ‘터닝 포인트’가 된 배우다. 1983년 데뷔한 황신혜는 올림픽과 세계화가 화두였던 80년대말∼90년대초 새로운 시대적 감성과 문화의 상징이었다.
이전까지 미인형은 온갖 고초를 참고 견디는 현모양처 상이었다. 이들은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태어나 집안을 일으키거나, 좋은 남자를 만나 팔자를 고치는 ‘업그레이드형’ 미인이었다.
그러나 황신혜는 원래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란 미녀처럼 보였다. 그에게는 울고불고 하는 것이 전혀 어울리지 않고 마냥 웃는 모습만 어울렸다. 진짜 자본주의형 미인인 것이다. 이런 얼굴형을 미인으로 꼽는다는 사실은 한국 사회가 비로소 가난에 대한 열등감을 씻어냈다는 느낌을 주었다. 황신혜는 결혼 뒤에도 성적 긴장감을 잃지 않았다. 그는 남성들로 하여금 구질구질하지 않은 로맨스와 판타지를 꿈꾸게 한다. 황신혜는 요즘 말로 ‘쿨’한 여성의 원조다. 김형태 ‘황신혜 밴드’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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