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처음 방영된 EBS의 ‘기획시리즈-조용헌의 한국적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월∼수 밤 9시)가 한국의 상류층 문화 전통을 소개하고 있다. 부(富)나 명문가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깨고 한국 상류층의 본보기를 이어받자는 취지다. 강사는 ‘500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푸른역사)의 저자인 조용헌 원광대 동양학대학원 교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지도층의 솔선수범’을 뜻하는 말로 로마시대 귀족들이 전쟁터에서 앞장서거나 공공시설 건립에 사유재산을 내놓는 행위에서 비롯됐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전통은 한국에도 있었다. 조 교수는 이 프로그램에서 저서 속의 사례와 새로 찾아낸 일화들을 함께 소개한다.
조동일 조동걸 조동원 교수가 배출된 시인 조지훈의 집안, 박사만 해도 70여명이 나온 전북 임실군 삼계면 등이 노블레스 오블리주 전통으로 소개됐다. 특히 15일 소개된 경주 최씨 가문에는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주변 100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22일에는 조선시대에 10명의 영의정을 배출한 우당 이회영 가문을 소개한다. 이회영을 비롯한 6형제는 일제에 의해 나라가 망하자 3만섬(오늘날의 600억원에 해당)의 전 재산을 팔아 만주에 신흥무관학교를 세웠다.
23일 소개하는 창평 고씨 가문은 호남의 3대 명문가로 손꼽히며 대한제국 시절 의병을 일으켰다. 1907년에는 호남 최초의 근대 사학(私學)인 창흥의숙(昌興義塾)을 설립해 인촌 김성수나 고하 송진우 선생을 배출했다.
이 밖에 조선시대에 벼슬을 20번이나 거절하며 후진 양성에 매진한 논산의 윤증 집안(24일 방영), 독립유공자 표창을 받은 이만 해도 30여명에 이르는 안동 지역의 사대부 집안(내년 1월 5일) 등도 소개한다.
박찬모 PD는 “현재 ‘존경받는 상류층’으로 활동해야 하는 세대인 40대 이상의 시청자로부터 방청 문의가 잦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내년 1월 7일 종영된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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