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척스런 캐릭터, 하지원
“새 작품에 나온다고 해서 어떤 ‘다모 폐인’은 실망했대요. 제가 계속 ‘채옥’으로 남아줬으면 했나 봐요.”
‘다모’의 성공은 하지원에게 부담이기도 하다. 그는 “드라마 시작을 앞둔 이 때가 마음이 가장 무겁고 긴장된다”고 말했다.
하지원은 ‘수정’에 대해 “절박하게 살아가는 게 불쌍하다”며 “잘 살아보려고 머리를 굴리지만 많은 사람에게 당하는 바보 같은 면도 있다”고 말했다.
‘다모’에서 관비 출신으로 출연한 그는 내년 1월 16일 개봉하는 로맨틱코미디 영화 ‘내 사랑 싸가지’(감독 신동엽)에서 대학생의 차에 흠집을 낸 대가로 ‘노비문서’를 써야 하는 여고생 역을 맡는다. 하지원은 “억척스럽게 사는 캐릭터가 내게 맞는 것 같다”며 웃었다.
“발리에서 찍은 화면을 보니까 얼굴은 땀에 절었고 눈은 퉁퉁 붓고…. ‘정말 수정이 같다’는 생각에 오히려 기분이 좋았어요.”
그는 발리 현지 촬영 때 놀지 못한 것이 ‘한’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화려한 호텔에서 촬영하는데, 저만 계속 허름한 동네 모텔에 있었어요. 사람들이 왜 발리를 좋아하는지 이해가 안 갔죠. 그런데 촬영 마지막 날 사원과 바닷가 풍경을 보고 ‘신혼여행은 여기로 와야지’하고 결심했어요.”
하지원은 “현대물은 좀 수월할 줄 알았는데 실제는 ‘다모’ 못지않게 고생스럽다”며 “그래도 일이 너무 좋아 스케줄이 없을 때도 촬영장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은 내성적인 남자, 소지섭
요즘 베트남에서는 소지섭이 출연한 SBS ‘유리구두’(2002년)가 인기다. 그도 몇 차례의 베트남 방문에서 자신의 높은 인기를 실감했다.
“베트남 팬들이 제 얼굴을 쓰다듬거나 허리를 껴안더라고요. 남자들이 더 적극적이라서 놀랐어요.”
발리를 다녀온 그의 얼굴은 건강한 구릿빛으로 빛났다. 하지만 귀국한 지 하루만에 감기에 걸려 고생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목소리는 방송에서 들리는 것보다 더 나직했고 대답은 짧게 끊어졌다.
소지섭은 “인욱 역할은 내 나이에 맞게 어른스럽고 성격도 나와 비슷하게 과묵해서 택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의 실제 성격은 ‘유리구두’와 ‘천년지애’로 굳어진 ‘날건달’ 이미지와는 딴판이라는 말인가.
“제가 내성적이라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쉴 때는 집에서 게임을 하거나 TV를 봅니다. 화면에 나온 제 모습을 볼 때 저 스스로도 놀라요.”
그는 소심한 성격 때문에 한때 연기를 그만둘 생각도 했다. 소지섭은 “그래도 캐릭터와 하나가 될 때의 그 느낌 때문에 연기를 계속하게 된다”며 “이 드라마에서 인욱 역을 할 때는 아직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대사가 적다고 해서 절대 연기가 쉬운 게 아니에요. 대사 대신 눈빛으로 말해야 하니까요.”
그는 서른 살 넘어 주름살도 좀 생기면 악역을 하고 싶다고 했다. “정말 죽이고 싶을 정도로 나쁜 악역 말이죠.”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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